"아끼는 제자와 감독으로서 대결을 펼친다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린 8일 수원 성균관대 구장. 프로야구 막내구단 KT의 역사적인 첫 홈 개막전이어서 의미가 깊은 경기이기도 했지만, KT 조범현 감독과 SK 박경완 감독의 사제지간 대결이 펼쳐져 더욱 화제가 된 경기이기도 했다.
스승 조범현과 제자 박경완의 관계는 자신들의 야구 인생에 뗄레야 뗄 수 없는 깊은 인연이다. 조 감독이 쌍방울 배터리 코치 시절, 신고선수로 입단한 박경완을 현역 최고의 포수로 키워냈다. 박경완을 포수로 만들기 위해 조 감독이 하나부터 열까지 엄청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 일화. 조 감독은 2002년 말 SK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당시 FA로 풀린 박경완을 데려왔다. 조범현 만의 야구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한 선수가 자신의 야구 철학을 모두 흡수한 박경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승승장구했다. 조 감독은 2009년 KIA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박경완은 현역 최고의 포수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다. KIA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현장을 떠났던 조 감독은 신생팀 KT의 감독으로 재도약을 꿈꾸게 됐다. 박 감독은 지난 5일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일찌감치 SK 2군 감독으로 팀을 이끌던 중이었다.
8일 오후 수원 성균관대학교 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퓨처스리그 SK와 KT의 경기가 열렸다. 홈 개막전에서 KT 조범현 감독(오른쪽)과 SK 박경완 감독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4.08.
이 스승과 제자가 감독 대 감독으로 그라운드에서 만나게 됐으니 참 기묘한 인연이다. 박 감독은 일찌감치 성균관대 구장을 찾아 조 감독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조 감독도 자신과 같은 감독 신분이 돼 인사를 온 제자의 모습에 흐뭇했는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대화도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조 감독이 "3연전 중 한 번만 져주면 된다. 우리가 북부리그 꼴찌를 할 것 같으니 박 감독이 한 번씩 져줘야 한다", "우리 선수가 없다. 선수좀 달라"라고 엄살을 부리자 박 감독은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조 감독이 "박 감독이 우리 팀 포수들좀 지도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박 감독은 "저희팀 선수들도 지금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퓨처스리그가 생소할 조 감독에게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들을 건네며 스승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경기 전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며 돈독한 사제지간의 정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경기 전 박 감독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감독으로 서로 만나게 되니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난다"며 "박 감독을 상대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현 한동민 등 1군에 당장 가도 될 선수들이 수두룩한 SK에 반해, 주장 신명철과 조중근 정도를 제외하고는 프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진급 선수들이 대다수인 KT는 전력 자체에서 큰 차이가 났다. 경기는 박 감독이 이끄는 SK가 14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일찌감치 승기가 SK쪽으로 넘어왔지만, SK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이 조 감독에게 인사를 왔다. 조 감독이 "점수 많이 내지 말라니까"라고 농담조라 말하자 박 감독은 "죄송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꾸벅 인사를 하고 떠났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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