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포수가 선발 마스크를 쓴다.
그 주인공은 넥센 히어로즈의 로티노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0일 목동 KIA 타이거즈전에서 로티노를 포수로 선발 출전시킨다고 밝혔다. 좌완 밴해켄과 호흡을 맞춘다. 외국인끼리라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다. 그 점도 고려가 됐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포수는 단순히 투수의 공을 받아주는 포지션이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볼배합에 블로킹 등 수비, 주자 견제, 송구에 경기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투수의 미묘한 심리, 당일 컨디션, 상대팀 타자의 성향도 파악해야 한다. 투수는 물론, 야수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세밀한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다. 포수를 '야전사령관'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국인 선수의 포수 선발 출전은 2004년 4월 24일 한화 이글스의 엔젤이 삼성 라이온즈전에 나선 게 유일하다. 로티노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포수 미트를 끼고 훈련을 했다. 김동수 배터리 코치와 함께 수비 훈련에 송구 연습까지 했다.
히어로즈의 주전 포수는 허도환인데, 허리 통증으로 이날 선발에서 빠졌다.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허도환 대신 백업포수인 박동원이 포수 마스크를 썼다. 1군 엔트리에 포수는 허도환과 박동원, 둘 밖에 없는 상황.이성열과 이택근 강정호 등 포수 경험이 있는 야수가 있었지만,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로티노에게 훈련을 지시한 것이다.
염 감독은 "경기 감각이 없어 블로킹이 조금 걱정된다. 다른 건 걱정 안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200경기 이상 출전했다고 들었다"면서 "경기 후반 이기는 상황이 되면 허도환이 마스크를 쓸 것이다. 2군에 있는 강지광이 최근 왼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로티노를 선발 포수로 쓰는 일이 빨라졌다. 강지광이 안 다쳤더라면 로티노를 2군으로 내려서 제대로 훈련을 시켜서 올릴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로티노는 내야수와 외야수, 포수가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 때 포수 미트와 다양한 포지션의 글러브를 챙겨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포수로 나선 경험이 있고, 이탈리아대표팀 포수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적이 있다.
로티노의 영입이 결정됐을 때부터 염 감독은 포수로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블로킹 등 수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해 준비를 해둬서 나쁠 게 없다. 염 감독은 "로티노가 포수로 선발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후반에 교체 포수로 마스크를 쓸 수는 있다는 뜻이다.
물론, 기존의 포지션 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히어로즈는 허도환이 주전, 박동원이 백업으로 안방을 지켰다. 대다수 팀이 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다른 포지션에 비해 포수가 약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로티노의 포수 훈련이 미묘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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