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서 평균자책점 6.88.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가 시즌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니다. 다만 4년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니퍼트가 시즌초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 의외다. 니퍼트는 9일 잠실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6안타를 맞고 5실점했다. 볼넷은 4개를 내줬고, 삼진은 5개를 잡아냈다. 니퍼트는 3-5로 뒤진 7회초 이재우로 교체됐다.
경기전 두산 송일수 감독은 시즌초 니퍼트의 부진에 대해 "구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힘도 있다. 시즌 들어와서 아직 컨디션이 들쭉날쭉한 것 뿐이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로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LG 트윈스와 개막전에서 5이닝 7안타 3실점, 6일 뒤인 4월4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6이닝 10안타 5실점을 기록했다. 이날까지 3경기서 평균자책점은 6.88, 피안타율은 3할1푼9리에 이른다. 이날은 특히 SK가 자랑하는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에게 2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메이저리그 135홈런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스캇을 상대로 1회 좌중월 투런포, 6회 좌월 솔로포를 각각 허용했다.
정교한 레벨 스윙을 하는 스캇은 1회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142㎞짜리 투심패스트볼을 밀어서 때려 아치를 그렸다. 6회에는 한복판으로 밋밋하게 떨어지는 130㎞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쳐 좌측 폴대 안쪽으로 살짝 넘겼다. 니퍼트가 한 경기서 2개의 홈런을 허용한 것은 지난 2011년 데뷔 이후 5번째다.
데뷔 이후 니퍼트의 시즌초 페이스가 올해가 가장 처진다. 각 시즌별 첫 3경기 성적을 보면 2011년 3승에 평균자책점 1.59, 2012년 2승1패에 평균자책점 3.38, 2013년 2승1패에 평균자책점 2.70이었다. 시즌 첫 등판서 부진해도 2~3경기만에 금세 컨디션을 회복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난조가 이어지고 있다. 송 감독은 "큰 문제 없다"고 했지만, 시즌초 부진이 더 길어진다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날 경기서는 '극과 극'의 피칭이 경기를 그르쳤다. 4~5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냈지만, 앞서 1~3회 연속 실점한 것이 뼈아팠다. 3구 삼진을 잡아내면서도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하기도 했다.
1회에는 2사후 3번 최 정을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낸 뒤 스캇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어 박정권에게 볼카운트 3B1S에서 볼을 던져 또다시 출루를 허용했다. 2회 들어서도 선두 나주환에게 147㎞짜리 직구를 높은 코스로 던지다 중전안타를 허용한 뒤 박재상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김성현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동안 니퍼트에게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5회 선두 김강민을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146㎞ 바깥쪽 낮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잡을 때나, 이어 조동화를 130㎞짜리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는 영락없는 '니퍼트'였다. 볼끝의 움직임과 낮게 깔리는 제구력이 돋보였다. 특유의 빠른 템포의 투구도 4~5회에는 상대를 압도했다.
결국 경기 초반 감각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경기서 내준 13점 가운데 1~3회에 기록한 것이 9점이나 된다. 경기 시작과 함께 제구력과 공끝의 움직임에 대한 확실한 포인트를 잡지 못한다는 의미다.
부상이 있거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니퍼트는 3경기에서 평균 108.3개의 공을 던졌다. 시즌 초임을 감안하면 투구수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만큼 전지훈련과 시범경기서 준비를 잘했다는 이야기다. 경기 초반의 감각과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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