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포항 감독이 채찍을 들었다. 타깃은 수비라인이다. 올 시즌 첫 경기였던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차전을 시작으로 10경기 연속 실점을 했다. 풀린 고삐가 조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황 감독은 9일 경남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 주전 중앙수비수 김원일을 출전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지난해 더블(리그-FA컵 동시 우승)의 한 축이었던 김원일-김광석 라인을 접었다. 지난 시즌 벤치 멤버에 머물렀던 배슬기가 김원일을 대신했다. "우리 팀에는 김원일 김광석 말고도 많은 수비수가 있다. 배슬기 뿐만 아니라 김형일 김준수 등 언제 투입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포항은 경남전에서 올 시즌 첫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3골차 완승을 거뒀다.
포항은 안정을 추구하는 팀이다. 열악한 스쿼드를 커버하기 위해 활용하는 로테이션은 제한적이다. 주전급 선수들이 큰 틀을 잡고, 백업 선수들이 틈틈이 벌어지는 균열을 메웠다. 강인한 체력 뿐만 아니라 톱니바퀴 같이 척척 맞는 조직력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수비라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곳곳에 구멍이 뚫리면서 강점인 공격적인 플레이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황 감독은 집중력 부족을 진단했다. "자신감과 안이함의 경계선이다. 매 경기 완벽한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순간 플레이에서 쉽게 대응하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지난해 성공의 기억이 자리잡고 있다." 경남전에서 준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포백라인은 경남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새로운 찬스의 출발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순간 플레이 집중력이나 커버 등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남겼다. 70% 정도의 성공이다.
황 감독은 당분간 악역을 맡을 생각이다. 채찍을 든 이상 고삐를 바짝 조일 계획이다. 12일 안방에서 치르는 제주와의 클래식 8라운드, 16일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5차전, 20일 서울과의 클래식 9라운드 원정 등 3연전이 최대 고비다. 전북을 잡으면서 흐름을 탄 제주와 16강 진출권을 두고 맞붙는 세레소 오사카 모두 포항이 쉽게 넘기 힘든 상대다. 바닥으로 떨어진 서울은 독기를 품고 있다. 집중력 부족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황 감독은 "경남전을 앞두고 수비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결과적으로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만족한다"면서도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100% 완벽하게 갈 수는 없어도 근접하는 모습은 보여야 한다"며 분전을 촉구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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