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줘보기로 했습니다."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발 로테이션의 변화를 택했다. 부진을 이어가던 좌완 5선발 박경태를 불펜으로 이동시키고, 대신 우완투수 한승혁을 선발에 투입했다. 성패 가능성은 반반. 그러나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 결국 투수진 이동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KIA 선동열 감독은 1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15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한승혁을 선발로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 감독은 "시험 무대다. 한승혁이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신감있게 좋은 투구를 한다면 계속 선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박경태의 부진에서 기인한다. 박경태는 지난 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3⅔이닝 9실점을 기록한 뒤 9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 때는 1⅔이닝 만에 5실점(4자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선발 두 경기에서 많은 점수를 내줬다고 해서 박경태가 선발 보직을 잃은 것은 아니다. 경기 내내 마운드에서 불안하고, 자신감없는 모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때의 자신있는 모습을 잃어버리면서 투구폼마저 흔들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도 불펜행이 바람직하다.
선 감독은 "좋은 투수가 되려면 '끼'가 있어야 한다. 많은 관중들이 있는 중요 경기에서 더 자신감을 갖고 타자와 싸울 수 있어야 한다. 불펜이나 시범경기에서 잘 던지다가도 정규시즌 마운드에서 스스로 자신감을 잃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경태를 향한 질책이지만, 이는 곧 앞으로 선발로 나서는 한승혁에게 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선 감독은 "한승혁은 장점이 많지만, 그간 연습과 실전의 위력 차이가 컸다. 또 앞서는 경기와 박빙 상황에서의 모습이 서로 달랐다"면서 "선발은 꾸준함이 미덕이다. 이번 선발 등판이 한승혁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다. 관중이 많은 상황을 스스로 즐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1년에 1순위로 KIA에 입단한 한승혁은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2012년에 복귀했다. 그간 1군에서 선발로 나선 적은 없었지만, 2군에서는 선발 경험이 꽤 있었다.
한승혁의 선발 연착륙 여부는 결국 얼마나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버텨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최소 기준선은 5이닝이다. 만약 15일 한화전에서 5이닝 이상을 버텨낼 수 있다면 향후 오랫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다. 올해 한승혁은 불펜에서 두 차례 4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 3일 NC전에서는 4⅓이닝 동안 71개의 공을 던져 3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9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4이닝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부진했다. 이 경기에서는 83개의 공을 던졌다. 선 감독은 한승혁에 대해 "선발 정착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어차피 김진우의 복귀가 늦어지는 상황이라 한승혁이 로테이션에 남아주는 게 팀에게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불펜으로 내려간 박경태는 13일 경기에 바로 투입됐다. 하지만 팀이 3-5로 뒤진 7회초에 나와 롯데 9번타자 전준우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해 여전히 불안감을 남겼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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