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야수 조동화는 차기 1번타자감으로 김성현(27)을 찍었다. "야구를 야무지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 막 주전으로 발돋움한 입단 9년차 내야수, 김성현이 '공포의 9번타자'로 떠올랐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유망주였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3년간 14경기 출전에 그친 뒤, 일찌감치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왔다.
제대 후 첫 시즌 10경기 출전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2012년부터는 1군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2012년 88경기 출전하더니, 지난해엔 97경기에 나섰다. 이제 100경기 출전을 넘을 기세다. 풀타임 주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김성현은 현재 SK의 확실한 주전 유격수다. 시즌 개막 때만 해도 베테랑 박진만(38)의 존재가 컸다. 선배와 출전시간을 나눠 가져갔다. 하지만 박진만이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수비를 하다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최소 전반기엔 뛸 수 없는 큰 부상. 하지만 SK는 그 공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김성현의 존재감 때문이다. 김성현은 22일까지 17경기서 타율 3할4리(46타수 14안타) 7타점 9득점 1도루를 기록중이다.
무엇보다 하위타순에서 맹타를 휘둘러줘 반갑다. 9번타자는 상위타순으로 찬스를 연결시켜줘야 한다. 쉬어가는 타순이 될 수도 있지만, 9번이 잘 한다면 상대는 테이블세터 3명을 상대하는 듯한 압박을 받게 된다.
김성현의 지난해 타율은 2할1푼6리(162타수 35안타)였다. 2012년 2할3푼9리(163타수 39안타)보다 떨어졌다. 그런데 올시즌엔 초반부터 페이스가 좋다. 공포의 9번타자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정작 본인은 다른 비결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김성현은 "운이 좋았다.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수줍어했다. 아직 인터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 좋아도 다시 못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자신을 낮췄다.
김성현의 롤모델은 다름 아닌 박진만이었다. 항상 닮고 싶었던 선배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는 "항상 박진만 선배님의 팬이었다. 바라만 봐도 좋은 선배다. 아직 어려워서 많은 말을 하진 못하지만 옆에서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웃었다.
김성현은 "아직 책임감 같은 건 잘 모르겠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클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니, 하루 하루 다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선배님이 오실 때까지 잘 버티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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