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발끝에서 신화가 쓰였다.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일본과 만났다. 운명이었다. 일본 수비수 4명 사이를 헤치고 날린 회심의 슛에 골망이 출렁였다. 소속팀에서의 벤치 설움, 병역 회피 논란 등 복잡했던 홍명보호 승선은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한국 축구에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사상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박주영(29·왓포드)이 다시 시험대에 선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정조준 하고 있다. 노는 물이 다르다.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박주영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오른쪽 발가락과 발등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고 국내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 '황제훈련'으로 왜곡되고 있다.
비슷한 논란이 두 차례 있었다. 박주영은 자유계약(FA) 신분이던 2011년 8월 귀국해 국내서 A대표팀 코칭스태프들과 개인훈련을 했다. 당시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광래 감독은 경기력 유지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새 둥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량유지를 위해 '특별과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영은 A매치로 공식 기록되지 않은 폴란드전을 포함해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A대표팀이 치른 5경기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런던올림픽 본선을 목전에 두고 있던 2012년 7월에도 '황제훈련' 논란이 세상을 흔들었다. 박주영은 병역 연장으로 인한 국내 체류일수 문제로 일본으로 건너가 반포레 고후 선수단에서 훈련을 했다.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코치의 배려로 25일 간 몸을 만들었다. 담금질의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환희'였다. 홍명보호에서도 이미 한 차례 결과물을 내놓았다. 지난달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경기력 논란을 딛고 자신을 발탁한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결승골로 보답했다.
왓포드는 박주영의 월드컵 본선 준비를 수긍하고 있다. 왓포드 구단 관계자는 22일(한국시각) "아스널로부터 박주영이 국내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임대 계약 당시 팀 복귀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 원소속팀인 아스널도 박주영의 결정을 허락했다.
박주영은 차분히 도전을 준비 중이다. 곧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담금질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주영 측 관계자는 "염증은 완치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훈련)계획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2년 전처럼 일본에서 몸을 만들 계획은 없다. 국내서 훈련을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우려에 대해선 정면돌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자회견 뿐만 아니라 모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홍 감독의 "박주영 스스로 '내 상태가 지금 이렇다'고 말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발언과 일맥상통 한다.
퇴로는 없다. 박주영 본인 스스로 끊었다. 왓포드 복귀 대신 국내에 남은 것은 홍명보호와 브라질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기 감각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변명은 될 수 없다.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고 나서 코칭스태프의 판단을 따르겠다." 그리스전을 앞두고 세상에 내놓은 이 말이 박주영의 현재이자 미래로 향하는 의지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때마다 박주영은 결과로 화답했다. 그를 향한 모든 평가는 두 달 뒤 본선이 끝난 뒤 하면 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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