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들 사이에선 져도 잘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경기를 펼치고 졌느냐에 따라 향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LG 트윈스는 지난 23일 김기태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고 팀을 떠난 뒤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잡을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기회가 없던 건 아니다. LG는 지난 25일 KIA전에서 3대2로 승리하면서 5연패에서 탈출했고, KIA와의 3연전은 위닝시리즈(2승1패)로 마감했다. 시즌 첫 위닝시리즈가 뒤늦게 나왔다.
하지만 NC를 만나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NC와의 원정 3연전 두번째 경기였던 지난 30일 5대4로 1점차 신승을 거뒀지만, 나머지 2경기는 모두 패했다. 무엇보다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게 문제다. 1일에는 실책 3개 이후 자멸했다. 떨어진 집중력이 아쉬웠다.
사실 전날 승리 역시 상대 실책에 편승한 효과가 컸다. NC 선발 찰리는 4실점했는데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다. NC가 실책을 네 차례나 범했다. 4-1로 앞서다 8회 3실점하며 동점을 내주기도 했다. 9회 이병규(배번9)의 적시타가 아니었다면, 또다시 후유증 큰 연장 승부나 패배로 이어졌을 것이다.
5월이 됐고 날씨도 풀렸지만, LG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1일엔 전날 승리로 경기 전 덕아웃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으나, 경기력에 문제가 있었다.
LG는 1회초 이병규의 3점홈런으로 3-0으로 앞서갔다. 전날의 기세를 몰아 이날도 쉽게 경기를 풀어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회말 곧바로 2점을 내줬다. 선발 신재웅이 타구를 더듬는 실책을 범하면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고, 이게 빌미가 돼 후속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2회엔 안타 2개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고, 4회엔 2루타와 3루타, 희생플라이로 3-5로 역전이 됐다. 여기까진 괜찮다. 투수가 안타를 맞고 점수를 내줄 수 있는 법이다. 상대 선발 웨버의 컨디션도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집중한다면, 다시 경기를 뒤집을 기회는 분명히 올 수 있었다. 5회초엔 김용의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갔다. 4-5, 1점차였다.
그런데 5회말 LG는 자멸했다. 두번째 투수 신승현이 5실점했는데 모두 비자책점으로 기록됐다. 1사 1,2루에서 유격수 오지환의 포구 실책이 나왔고, 투수 신승현 역시 송구 실책을 범했다. 여기서 2점을 더 내준 LG는 이후 안타 2개를 더 맞고 3점을 더 내줬다.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분위기상 무너지기 시작한 신승현 대신 다른 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었다. 실책을 범한 선수들을 교체해줘 분위기 전환을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5회 5실점, 4-10으로 점수차가 벌어지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의욕은 더 사라졌다.
LG는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여전히 신임 감독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사실상의 감독대행 역할을 맡고 있긴 하지만, 정식으로 감독대행에 선임된 게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하는 엔트리의 감독란에는 여전히 김기태 감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수장이 없는 집단이 잘 될 리가 만무하다. LG는 하루 빨리 감독대행이든 신임 감독을 선임해야 할 것이다. 정 대안이 없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
경기 전 LG 선수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전날 승리로 인해 선수단은 편하게 훈련을 했다. 하지만 수장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선수단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벤치의 힘은 점점 떨어져갈 것이다. 이대로라면 '반등'은 없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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