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잠실구장.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칸투의 두 자녀가 경기장을 찾았다. 칸투 가족은 경기 전 열린 두산의 훈련을 앞두고 1루측 LG 덕아웃을 통해 3루 원정 덕아웃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다른 선수가 연출했다면 큰일 날 장면이었다. 잠실을 같이 홈으로 쓰는 양 구단 사이에는 불문율이 있다. 경기 전 절대 서로의 덕아웃을 지나쳐 이동하지 않는 것이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LG가 홈인 경우가 애매하다. 잠실구장은 홈팀이 1루 덕아웃, 원정팀이 3루 덕아웃을 쓰는데 두산의 라커룸은 1루쪽에 있고 LG의 라커룸은 3루쪽에 있다. 경기를 위해 덕아웃에 이동할 때 덕아웃을 거쳐 경기장을 가로지르는게 편하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해 경기장 뒷 복도로 돌아다닌다.
그런데 칸투 가족이 LG 1루 덕아웃을 가로질렀다. 칸투로서는 어린 자녀들이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직접 밟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물론,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 가족이기에 이를 지켜본 LG 조계현 수석코치도 껄껄 웃고 말았다. 두산 코치들도 칸투에게 '저렇게 오면 안된다'라는 의미의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칸투 가족의 그라운드 방문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해프닝이었다. 이 모든 사건을 종결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LG 임재철이었다. 임재철은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뛴 베테랑 선수. 아직 LG 임재철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두산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임재철은 마지막조 훈련을 마친 후 배트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당당히 3루측 두산 덕아웃쪽으로 걸어갔다. 덕아웃에 있던 두산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후 덕아웃을 통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물론 양팀이 정해놓은 규칙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덕아웃에도 규칙 위에 사람들끼리의 정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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