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해도 너무 하다. 한 국가의 남자 프로농구를 이끄는 수장을 뽑는데 관련된 규정이 단 3줄이다.
KBL 정관 제3장 제14조가 임원 선출방법 관련 항목이다. 여기에 보면 1항은 이렇다. '총재는 총회에서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여 취임하며, 그 결과를 주무관청에 보고하여야 한다.' KBL 총회 구성원은 10개 구단의 구단주들을 말한다. 그런데 대개 총회에 구단주가 참석하지 않고 위임장을 받은 단장들이 참석한다. 3분의 2 이상이면 7표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총재가 된다는 말이다.
2항에는 '총재의 선출은 임기 만료 1월 전까지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현 한선교 KBL 총재의 임기는 다음달말 즉 6월30일까지다. 따라서 새 총재는 5월 31일까지 뽑아야 한다. 이게 이번 KBL의 새로운 수장을 뽑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의 전부다.
그럼 나머지는 누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걸까. 현행 총재가 전권을 휘두를 수 있을까. 아니다. 칼자루를 쥔 쪽은 구단 단장들이다. 구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장들이 어떻게 할 지를 정하게 된다.
구단마다 이해관계가 다르다. 그래서 각자 구단에 도움이 되는 총재를 선임하기 위해 서로 뭉치고 갈라서는 눈치보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비공개 모임에서 정하는 대로 경선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추대가 되기도 한다. 이 방식을 두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총재가 되고 난 후 정관을 손보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의 정관 규정 대로라면 농구팬들은 경선에 참가할 총재 후보가 누구인지를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경선 매뉴얼이 없다. 후보 등록 및 선거 관련 사항 공지, 후보자가 연맹 사무국에 제출해야 할 구비 서류, 후보자 공고 사항, 투표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것들이 없다. 매번 할 때마다 정해야 한다.
그래서 농구팬들은 새로운 총재가 누가 될 지에 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 일부 농구인들은 김인규 전 KBS 사장이 한선교 총재와 경선을 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인규 전 사장은 아직 단 한번도 공개적으로 KBL 총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다. 김인규 전 사장이 물밑으로 농구인들과 일부 단장을 접촉했을 가능성은 높다.
현행 규정을 그대로 두면 총재 임기가 끝나면 3년 마다 진통을 겪기 쉽다. 이렇게 비밀스럽고 닫힌 선출 방식으로는 총재가 되더라도 3년 동안 소신을 갖고 일하기 어렵다. 자신이 경선으로 뽑힐 때 반대쪽을 지지했던 구단과 서로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연임을 하기 위해선 구단들이 원하는 걸 수용하고 절충해주어야 한다. 구단의 입맛에 안 맞을 때는 자신들이 선출한 총재라도 돌아서면 쉽게 비난하기 일쑤다. KBL 총재 권위를 회원사들이 스스로 떨어트리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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