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도 같던 기나긴 연패를 끊은 사령탑의 마음은 어떨까.
SK 와이번스는 1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8대4로 승리하며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 5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12일만에 맛본 승리였다. 연패를 끊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2-0으로 앞서다 6회말 피에에게 역전 만루홈런을 맞았고, 동점을 만든 뒤 연장 들어서도 두 차례나 끝내기 패배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이만수 감독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 "선수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라며 짧게 소감을 밝혔다. 많은 뜻이 담긴 소감이었다. 18일 한화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다"며 한결 가벼워진 심정을 드러냈다.
이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은 이후 가장 길었던 연패는 지난 2012년 6월28일부터 7월11일까지 경험한 8경기다. 이후 2년만에 가장 긴 연패를 당했으니 마음 고생이 작지 않았을 터.
이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력해서 연패를 끊었다. 그래서 고맙다"면서 "어제는 시즌 초 좋은 성적이 났을 때의 느낌이 있었다. 주장인 박진만을 비롯한 고참들이 덕아웃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며 선수단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SK는 4월까지만 해도 넥센, NC와 선두 다툼을 벌이며 올시즌 우승 후보로 거론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수 중 올시즌 후 FA가 되는 선수들이 많은데다 지난해에 비해 투수진도 투터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5월 들어 부상자들이 나오면서 레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이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조급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정신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게 연패가 길어진 원인 중 하나였다.
이 감독은 "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은 많았지만, 의욕이 지나치다 보니 에러도 나왔다"면서 "투수들의 경우 안타를 무조건 맞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볼넷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어 "지도자를 하면서 어려움을 여러 번 겪었지만 인내를 갖고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다"면서 "핑계 같겠지만 부상자들이 많았다. 오늘도 김성현이 훈련을 하다 목을 삐끗해서 선발에서 빠진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 감독은 "리더가 어려운 것 같다. 리더가 덕이 있으면 좋은 기운이 퍼지는데 선수들과 코치,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 감독은 "연패 중에 선수들도 힘들지만 그 가족들과 팬들이 가장 힘들지 않겠나. 그래서 결국 프로는 성적이 중요한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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