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도 성공하기란 그리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얼마전 요미우리의 크리스 세든이 2군으로 내려갔다. 세든은 지난해 SK 소속으로 다승왕(14승)에 오른 뒤 요미우리에 입단해 새 무대에 도전했지만,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시작은 화려했다. 지난 4월9일 히로시마전에서 8⅔이닝 6안타 1실점 15탈삼진의 눈부신 피칭으로 일본 데뷔전 승리를 따낸 것을 비롯해 시즌 첫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2.01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3경기서는 모두 패전을 안았고, 평균자책점은 4.63까지 치솟았다. 결국 지난 18일 히로시마전서 3이닝 5실점을 한 후 이튿날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전력 분석이 강한 일본 무대에서 장단점이 파악됐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서 성공을 거둔 뒤 일본에 진출한 투수로는 세든 이전 캘빈 히메네스, 다니엘 리오스, 세스 그레이싱어, 게리 레스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일본서도 성공을 거둔 투수는 그레이싱어 뿐이다. 그레이싱어는 2005~2006년 KIA에서 20승18패, 평균자책점 3.02의 활약을 펼친 뒤 2007년 야쿠르트에 입단해 첫 시즌 16승을 올리며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어 요미우리로 옮겨서도 2008년 17승, 2009년 13승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일본서 불명예 퇴진했다. 2007년 두산에서 MVP를 거머쥔 뒤 야쿠르트로 이적한 리오스는 2008년 2승7패로 부진을 보이다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방출을 당했다. 히메네스는 2010년 두산서 14승을 올린 뒤 라쿠텐으로 옮겼으나, 2012~2013년 두 시즌 동안 31경기서 6승17패에 그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 이전 KIA,두산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레스도 일본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SK는 지난해말 세든과의 재계약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요미우리의 러브콜에 흔들린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에이스를 잃은 SK는 대책 마련에 몰두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영입한 투수가 로스 울프다. 그러나 울프는 전지훈련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그의 피칭을 지켜본 다른 팀 관계자들조차 세든과 비교하며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안정적인 제구력과 '지저분한' 공끝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14승이나 올린 세든과 비교해 울프는 공이 빠른 것도 아니고 공끝의 움직임이나 묵직함이 약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요즘 SK는 울프에 무척 고무돼 있다. 세든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울프는 올시즌 6경기서 1승 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이 2.10으로 수준급이다. 시즌 첫 3경기서 1승에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던 울프는 지난달 12일 오른팔 전완근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며 우려를 샀지만, 한 달만에 복귀한 후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데 이어 22일 창원 NC전에서는 7이닝 5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국내 데뷔 이후 최다 이닝을 던지며 제 몫을 했다.
완급조절과 제구에서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0㎞대 중후반의 직구를 비롯해 투심, 체인지업, 커브 등 4개 구종 모두 수준급 제구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주무기인 투심은 130㎞~140㎞대 후반의 다양한 스피드에 공끝의 움직임까지 공략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9이닝 평균 볼넷이 2.7개이고, 피안타율이 2할2푼6리로 압도적이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축적된 힘과 심리적 여유가 작용한 측면도 있다. 울프가 계속해서 호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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