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팀은 역전패를 당했지만, 심각한 타고투저 속에 빛난 명품 호흡이었다.
28일 목동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4차전. 경기전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는 SK 이재원 주위에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이재원이 주목을 받는 것은 포수로 선발 출전하면서도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가며 꾸준히 4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원은 이날 외국인 투수 로스 울프와 호흡을 맞췄다.
지난 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부터 선발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재원은 울프와 이전 두 차례 배터리를 이뤘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과 2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이었다. 울프는 두 경기서 각각 5이닝 2안타 무실점, 7이닝 5안타 1실점(비자책)의 호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여간 공백을 가진 뒤 복귀해 선발로 만점 활약을 펼치며 이만수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특히 주전 포수자리를 차지한 이재원과의 호흡이 눈부셨다.
이날 경기전 이재원은 "지난 NC전에서 울프가 '내가 원하는 사인을 내줘 고맙다'고 하더라.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면서 "울프 공은 받기가 참 편하다. 제구력이 좋은데다 공끝이 지저분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넥센전은 두 선수가 올시즌 세 번째로 배터리를 이룬 경기였다. 넥센은 전날까지 팀타율 2할8푼3리(5위), 팀홈런 58개(1위)를 올린 막강 타선의 팀. 전날에도 박병호 강정호의 홈런 등으로 10점을 뽑으며 SK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울프로서도 최근 컨디션이 좋다고 하지만, 실투를 조심해야 하는 경기였다. 5회까지는 안타 2개와 볼넷 1개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으며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2회와 4회를 삼자범퇴로 막는 등 5회까지 투구수 53개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으며 완투도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를 보였다. 하지만 6회 딱 1개의 실투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1사후 대타 안태양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서건창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1,2루에 몰린 울프는 이태근에게 좌월 3점홈런을 빼앗겼다. 초구 131㎞짜리 체인지업이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갔다. 실투였다.
공이 맞아나가는 순간 울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타구를 바라봤다. 체인지업이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유인구가 됐어야 했다. 스코어는 5-3으로 좁혀졌다. 유한준과 박병호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마친 울프는 7회 2사후 문우람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박헌도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7회를 마무리했다.
홈런 1위 박병호를 무안타로 꽁꽁 묶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1회 2사 1루 첫 대결에서는 우익수플라이로 잡아냈다. 주무기인 투심과 체인지업을 섞어던지다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143㎞짜리 투심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4회에도 투심으로 좌익수 평범한 플라이로 처리한 울프는 6회에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풀카운트에서 135㎞짜리 체인지업을 낮은 코스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울프는 8회 선두 대타 윤석민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박정배로 교체됐다. 그러나 박정배가 후속타자들에게 연속 출루를 허용한 뒤 강정호에게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져 울프의 승리가 날아갔다. 울프는 이재원과 3차례 호흡을 맞춰 19이닝 13안타 5실점(4자책점), 평균자책점 1.89의 호투를 펼쳤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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