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겨울 2014시즌을 준비하면서 1번 타자를 두고 고민했다. 2012시즌을 마치고 김주찬(KIA)이 FA 이적했다. 이후 롯데는 지난해부터 계속 1번 타자가 바뀌었다. 이번 시즌에도 이승화 김문호 등이 적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뽑아든 정 훈 카드가 그나마 효과가 있었다. 정 훈은 이번 시즌 1번 타자로 나가 타율 3할2푼6리 47안타 1홈런 20타점 25볼넷을 기록했다. '타고투저'로 타율 인플레이션이 심하다고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성적 지표다.
그런데 롯데가 정 훈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손아섭의 1번 타자 투입을 시도하고 있다. 롯데가 지난 15일 KIA전 타순을 보면 1번 손아섭, 2번 정 훈, 3번 히메네스, 4번 최준석, 5번 박종윤 순이었다.
그동안 손아섭은 거의 대부분 3번 타순에 들어갔다. 지난해도 그랬다.
손아섭은 지난 2년 연속 최다 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안타 제조기'다. 좌타자이며 발도 빠르다. 야구 센스도 좋고 주루플레이도 잘 한다. 이번 시즌 출루율이 4할5푼5리(팀내 1위, 전체 3위).
최근 타격감이 다시 살아난 손아섭은 바로 4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리드오프 역할을 100% 이상 잘 해주었다. 그는 어느 타순도 괜찮다고 말한다.
롯데와 넥센의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가 1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만루 롯데 손아섭이 우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5.16/
일부 전문가들은 손아섭이야말로 타고난 1번 타자감이라고 말한다. 롯데 구단이었기 때문에 손아섭이 어쩔 수 없이 3번을 맡아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야구에서 이상적인 3번 타자는 팀의 중심타자로 방망이의 정교함과 동시에 힘을 갖춰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선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 국내야구에선 전성기 시절의 이승엽(삼성 라이온즈)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배리 본즈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홈런을 한창 많이 칠 때도 그의 타순은 3번이었다.
손아섭은 3번 타순에 들어갈 때마다 타점 생산 능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이번 시즌 38타점. 그(키 1m74, 체중 88㎏)는 큰 덩치가 아니다. 또 방망이를 짧게 잡는 편이다. 파워 보다 방망이 스피드로 승부를 본다. 그러면서도 타구에 힘을 실어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 일환으로 요즘엔 방망이 손잡이 부근에 반창고를 두껍게 붙여놓았다.
올해 3번 타자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선수는 NC의 나성범이다. 프로 3년차인 그는 타율 3할8푼리, 16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타점 1위다. 현 시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3번 타자라고 볼 수 있다.
손아섭이 나성범이나 두산 김현수(55타점) 보다 타점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손아섭은 3번과 1번 어디에 배치해도 자기 몫을 해줄 수 있는 검증된 선수다. 팀 공헌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3번 보다 1번에 투입하는 건 김시진 롯데 감독의 선택이다.
손아섭의 1번 기용이 성공하려면 2번과 3번 타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손아섭이 KIA전 처럼 4안타를 치고 출루하더라도 정 훈과 히메네스가 무안타로 부진할 경우 손아섭 1번 카드는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된다. 손아섭의 개인 기록만 올라갈 뿐이다.
최근 정 훈과 히메네스의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주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손아섭 1번 카드는 오히려 스스로 타격의 흐름을 끊고 만다. 4번 최준석, 5번 박종윤도 앞에 주자가 없기 때문에 장타를 치더라도 타점 등에서 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한다.
롯데가 이런 타순의 변화를 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히메네스 최준석 박종윤 3명의 카드를 동시에 투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준우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준우가 타격감이 살아나 타순 2번을 맡아주면 정 훈-전준우-손아섭-히메네스-최준석-박종윤으로 이어지는 막강 타선이 구축된다.
롯데는 다시 타순 고민을 하게 된다. 손아섭을 원래 자리인 3번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손아섭-히메네스-최준석-박종윤 또는 손아섭-최준석-히메네스-최준석-박종윤 타순이 된다. 이 경우 중심 타순에서 끝장을 봐야 한다.
타순에서 정답을 찾기는 어렵다. 결과와 선택 그리고 뚝심이 중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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