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시각)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바히드 하릴호지치 알제리 감독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자국 취재진을 비난했다. 그는 "내가 우리 선수들에게 공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된다. 기자들이 마음대로 쓰는 것 같다", "나와 선수들 간에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바보같은 소리다. 선수와 감독이 하프타임에 갈등을 일으켰다는 것도 거짓말이다"는 등의 말을 쉴새없이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는 알제리 취재진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하루 만에 알제리는 대통합을 이뤘다. 23일(한국시각) 알제리는 한국에 4대2로 이겼다. 1982년 스페인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본선에서 얻은 승리다. 90분 내내 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던 알제리 팬들은 감격에 휩싸였다. 녹색과 흰색 바탕에 적신월과 별이 그려진 국기를 흔들고 '알제리아!'를 외쳤다. 일부 팬들은 눈물을 훔치면서 승리의 감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벨기에전을 마친 뒤 실랑이를 벌였다던 하릴호지치 감독과 선수들은 한데 뒤엉켜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항명이나 불신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릴호지치 감독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또 칼을 빼들었다. "기자들은 항상 우리를 비판했으나 팬들은 우리를 믿었다." 그는 "알제리 언론은 이날 승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비아냥댔다. 알제리 취재진 대표로 보이는 듯한 이가 갑자기 손을 들고 일어나더니 "우리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하릴호지치 감독을 대표팀의 '암적인 존재'로 매도하던 이들은 완벽한 승리에 꼬리를 내렸다. 할리호지치 감독은 짐짓 신중한 표정을 짓더니 "나도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알제리 선수들도 짐짓 여유를 부렸다. 취재진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승리의 감격을 전하기 바빴다. 한국에 대한 코멘트도 빠지지 않았다. 소피앙 페굴리(발렌시아)는 "한국전을 치르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며 "한국은 좋은 선수가 많은 팀이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던 열쇠는 효율성"이라고 짚었다. 이날 선발로 나서 후반 32분까지 활약한 야신 브라히미는 "한국-러시아전을 봤다. 한국은 아주 좋은 팀이었고 선수들의 능력이 뛰어났다"며 "오늘은 우리에게 운이 따라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그게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약점을 지적해달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면서 "9번(손흥민)과 16번(기성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포르투알레그리(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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