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얼마나 아쉽겠어."
프로야구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호불호가 갈린다. 주전으로 나서며 경기를 많이 뛰거나, 아픈 곳이 있는 선수에게 비는 반갑다. 달콤한 휴식을 준다. 하지만 어쩌다가 선발 기회를 잡은 선수들에게는 비가 원망스럽다. 비로 인해 하루 휴식을 취하면, 힘을 보충한 주전급 선수가 자신의 기회를 다시 빼았아가는게 프로의 생리이기 때문.
후자의 입장에서 두 번이나 안타까움을 삼켜야하는 선수가 있다. NC 다이노스 투수 민성기다. 비로 인해 1군 경기 선발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는 불운한 사나이가 됐다.
NC 김경문 감독은 지난 21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민성기를 깜짝 선발로 예고했다. 2008년 히어로즈(넥센 전신)에 입단한 후 1군 경기는 고작 6경기에 출전했던 무명 선수. 그 6경기 중 선발로 등판한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그런 선수가 꿈에 그리던 1군 선발 등판 기회를 얻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 하지만 비를 원망해야 했다. 21일 창원에는 비가 줄기차게 내렸고, 경기가 취소되며 민성기는 등판 기회를 잃었다. 5인 로테이션 안에 든 선수라면 모를까, 민성기는 냉정히 말해 '땜빵 선발'이었다. 외국인 투수 웨버가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이민호까지 좋지 않으며 민성기가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김 감독은 "다음주에 기회를 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주중 LG 트윈스와의 3연전이 그 무대였다. NC의 예상 선발 로테이션은 이재학-이성민-민성기 순이었다. 26일 경기 선발 등판이 확실시 됐다. 하지만 또 한 번 비가 민성기의 발목을 잡았다. NC는 23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전을 비로 인해 또 치르지 못했다. 때문에 이날 경기 선발로 예고됐던 찰리가 24일 LG전으로 밀렸다. 자연스럽게 LG와의 3연전은 찰리-이재학-이성민이 나서게 됐다.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또 그렇게 밀리게 됐다"며 "성기가 많이 아쉬울텐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다시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당장 선발이 아니라도 불펜으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웨버가 다음 로테이션에 돌아오고 하니 당장은 선발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펜으로 쓸 것이다. 오랜만에 치르는 1군 경기인데 마음이 조금 편안한 상황에서 첫 투구를 하는 것도 선수 본인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승부처는 아니더라도, 크게 이기거나 리드를 당할 경우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 감독은 "체구는 정말 작다. 타자들이 만만히 볼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은 다르다. 내 생각이지만, 제구가 잡혀 공이 낮게 들어가면 쉽게 공략하지 못할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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