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 한국 축구의 시계는 제로였다.
절망 또 절망이었다. 이대로면 '공멸'이라는 우울한 말들이 쏟아졌다. 반등을 위해 기댈 곳은 K-리그 뿐이었다. '4년 주기 월드컵 팬'으로는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긴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후 재개된 K-리그 클래식은 그 자리였다. 5일과 6일 열린 13라운드의 평균 관중은 7247명이었다. 올시즌 평균 관중 7928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였다. 주중인 9일 벌어진 14라운드의 평균 관중은 5631명에 불과했다. 월드컵 채널을 외치는 공중파와 그 계열 스포츠 채널들에게 여전히 K-리그는 없었다. 축구에 대한 걱정은 '공염불'이었다. 월드컵 효과와 후폭풍은 미비한 듯 했다. 벼랑 끝에서 좀처럼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마지노선이 12일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였다. 지난해 4차례 슈퍼매치의 평균 관중은 3만5949명이었다. 4월 올시즌 첫 만남에서도 2만9318명이 입장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빗속에서 열린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슈퍼매치는 건재했다.
과연 브라질월드컵의 시련에도 슈퍼매치의 잠재력이 다시 폭발할 수 있을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우려가 사라졌다. 한 편의 대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상암벌은 뭉클했다. 감독도, 선수들도 두 눈을 의심했다. 감동이었다. 한국 축구는 살아있었다. 한국 축구의 젖줄인 K-리그, '팬심'은 위대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수는 4만6549명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축구 애국자'였다. 경기 시작 2시간전부터 상암벌 주변은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휘슬이 울리고도 행렬은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서울과 수원을 응원하는 팬, 모두의 승리였다. 그들의 간절한 응원이 하나가 돼 K-리그를 넘어 한국 축구의 희망의 등불이 됐다.
그라운드도 설렘으로 가득했다. 두 팀의 대결은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로 통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세계 7대 더비에도 선정된 K-리그의 자랑스런 얼굴이었다. 명불허전이었다. 90분내내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팬들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서울의 2대0 승리로 막을 내린 가운데 경기가 끝날 때까지 4만6000여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많은 팬들이 찾아오고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특혜다. 우리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팬들을 위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감동,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의 감격이었다.
"월드컵이 끝나고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와 기분이 좋다. 축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팬들에게 부응하기 위해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반성하고 우리 선수들의 모자란 점을 채워가면서 좋은 경기로 팬들이 경기장에 더 찾아올 수 있는 발판이 되겠다." 서정원 수원 감독의 약속이었다.
4만6549명은 올시즌 최다 관중이다. K-리그 관중 순위 역대 9위의 대기록이다. 한국 축구를 살리는 길, 명제는 하나다. 결국 팬들이 열쇠를 쥐고 있다. 구단은 제대로 된 판을 깔아줘야 된다. 서울과 수원이 K-리그에서 동고동락하며 '으르렁'거리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그 외 팀들도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성적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것이 콘텐츠의 질이다. 팬들을 움직일 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포장해야 한다. 팬들의 무관심은 최대의 적이다. 지금은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하다. 더 큰 사랑과 관심이 결국 한국 축구를 회생시킬 수 있는 통로다.
위기가 곧 기회다. K-리그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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