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황선홍 감독의 이름이 유독 거론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에서 사퇴했다. 브라질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거취와 맞물려 후임자 선임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축구협회는 기술위 문제를 해결한 뒤 후임 감독 문제를 신중히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 와중에 '황선홍 대세론'이 솔솔 퍼지고 있다.
지난 성과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황 감독은 현재 국내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도자다. 2012년 FA컵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리그-FA컵 동시제패)의 위업을 썼다. 올해는 서울에 져 FA컵 3연패에 실패했지만, 클래식 선두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패스 조직력과 스피드에 기반한 스틸타카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1m70대 초반 공격진을 이끌고 얻은 눈부신 성과에 모두가 엄지를 세우고 있다. 홍 감독의 대안으로 황 감독이 거론되는 이유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李下不正冠)'는 말이 있다. 신중하지 못한 행동은 애초에 하지 말라는 뜻이다. 황 감독의 심정이 딱 그렇다. 아무런 제의를 받은 것도 없고, 축구협회에서 후임자 선임을 공식화 하지도 않았다. 소속팀인 포항과의 계약기간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굳이 나서서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만큼 그럴 만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정도(正道)에서 벗어난다. 때문에 주변에서 들리는 갖가지 설과는 담을 쌓고 있다. 2년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딛고 나선 ACL에서의 성공과 클래식 연패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황 감독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FA컵 16강전을 앞두고 입을 열었다. "사서 고민할 이유가 없다." 시종일관 담담했다. 그는 "(대표팀 문제는) 고민할 여력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 팀을 어떻게 꾸려가느냐만 생각해도 머리가 복잡하다"며 "공식적으로 제의가 온다면 생각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경기 뒤에도 "솔직히 할 말이 없다"고 확실한 입장을 드러냈다.
설왕설래는 더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흐름을 지켜보는 게 우선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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