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는 첫 올스타전 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2011년 7월 말 LG 트윈스에서 히어로즈로 이적한 그는, 그해 전반기 전 게임에 4번으로 나서 홈런 1위를 달렸다. 팬투표로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올스타 베스트 11은 힘들더라도, 감독 추천으로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을 위해 올스타전이 열리는 대전행 고속열차 티켓까지 예매했다. 가족 앞에서 한여름밤 꿈의 무대에 서고 싶었던 박병호의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박병호는 올스타전에 초대받지 못했다.
2012년 1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다음해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때린 강타자, 프로에서는 1,2군을 오갔던 만년 유망주. 풀 타임 첫 해인 2012년에 홈런과 타점 1위에 오른 박병호는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을 기대했다. 성인 대표팀은 그가 이룬 성과에 대한 추인장과 같았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승엽 김태균 이대호에 밀려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정규시즌 MVP가 대표가 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험 부족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런데 박병호의 최근 몇년 간 행적을 보면, 버킷리스트에 적힌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인생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2012년 반짝 선수 취급을 받았던 박병호는 지난 해에 감독 추천선수를 거쳐, 올 해는 당당히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지도, 인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최근 2년 간 홈런-타점왕에 오르고 MVP를 차지한 박병호는 전반기 막판에 일찌감치 3년 연속 30홈런 고지에 올랐다. 이승엽, 타이론 우즈, 마해영에 이어 사상 4번째 3년 연속 30홈런이다. 그는 올 해도 3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박병호에게 2014년 올스타전은 오랫 동안 기억될 것 같다. 박병호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웨스턴리그 4번-1루수로 선발출전해 홈런 2개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고, MVP가 됐다. SK 와이번스 채병룡, 삼성 라이온즈 안지상을 상대로 홈런을 터트렸다. 풀 타임 첫 해에 지명도에서 뒤져 외면받고, 감독 추천으로 나선 지난 해에 교체 투입돼 2타수 무안타에 그쳤던 박병호다. 홈런왕과 타점왕, 정규시즌 MVP에 이어 미스터 올스타 타이틀 추가. 의미있는 성과물이다.
박병호는 "작년에 처음 올스타전에 나오고, 올 해 처음 팬 투표로 오게 됐는데 뽑아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큰 상을 받게 될 줄 몰랐지만, 영광스러운 하루였던 것 같다"고 했다.
올스타전 MVP와 홈런으로 박병호는 자신감을 갖고 후반기를 맞을 수 있게 됐다. 그는 10개의 홈런을 더 때려 40홈런을 먼저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류중일 감독은 다음달에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지금 박병호의 대표팀 발탁을 의심하는 야구인은 없다. 최근 슬럼프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말한다.
대표팀과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박병호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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