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해적 이야기가 8월 6일 개봉을 앞두고, 23일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조선 건국 보름 전, 고래의 습격으로 국새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찾는 해적과 산적, 그리고 개국세력의 바다 위 대격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여성미 가득한 배우 손예진은 현란한 검술 실력과 리더십까지 겸비한 해적단 수장 여월로, 남성적인 역할을 주로 맡았던 김남길은 나사 빠진 산적 두목으로 변신한다. 유해진은 극심한 멀미로 해적을 포기한 산적 철봉 역을 맡아 유쾌하게 그려냈으며, 이경영도 카리스마있는 해적 선장 소마 역을 소화했다. 캐릭터들의 향연만 즐겨도 2시간 남짓한 시간은 즐겁게 뽑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 천성일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는 영화에 완결성을 높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잇따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해적'은 선전할 수 있을까. 영화 속 감독과 배우들의 결과만 놓고 본 손익 지분율을 꼼꼼하게 따져봤다.
손예진 vs 김남길 (합이 50%)
주인공을 맡은 두 사람의 지분율은 높다. 두 사람은 액션, 코믹, 멜로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영화 속에서 활약했다. 특히 청순가련형의 대명사였던 손예진의 해적 수장 연기는 새로우면서도 낯설었다. 아무리 해적처럼 분장을 해도 빛나는 고운 외모, 여성성이 짙은 배우의 털털하고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연기는 어색함도 분명 있었다. 과거 '무방비도시'에서 보여줬던 파격과도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예진의 변신은 반갑다. 배 사이를 오가는 강도 높은 와이어 액션부터 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수중 촬영신까지 손예진의 열정이 녹여났다.
김남길은 본인의 말처럼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었다. 그는 의욕만 앞세워 바다로 떠나는 산적단 두목 정사정 역으로 걸걸한 상남자 면모는 물론 허당끼 다분한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시사회를 마친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역할이 실제 모습과 닮았다'는 평가에 대해 "나사가 빠진 모습이 나하고 비슷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상대적일 수 있을 거 같은데, 기본적으로 내가 그런 부분이 많아서 이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수월한 부분이 있었다"며 긍정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해적'을 촬영하기 전 드라마 '상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 덕에 두 사람의 멜로 케미 지수도 높았다.
이경영 vs 유해진 vs 고래 (20%)
멀티 캐스팅 영화답게 조연들의 활약은 컸다. 그 중에서도 이경영과 유해진의 연기는 단연 '명품'으로 꼽을 만 하다. 이경영은 이익을 위해서는 부하까지 넘겨버리는 몰염치한 악인이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두목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해진은 등장만해도 관객들이 피식 웃게 만드는 존재감으로 '해적'이 왜 코미디 영화인지를 입증해주는 배우였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감동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바다의 영물 '고래'의 존재감은 컸다. 100%CG 촬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천성일, 스토리의 힘이 컸다 (30%)
조선 건국 초기 10년 간 국새가 없었다? 역사적 사실에 더해진 기발한 상상력을 입힌 스토리텔링이 시종일관 웃음을 유발한다. 이경영이 "여름에 국내 블록버스터가 많다. '군도'를 재밌게 보고, '명량'을 통해 감동을 얻고, '해적'을 통해 웃음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해적'은 코미디가 중요한 장르 영화였다. 여기서 천성일 작가의 내공은 빛났다. 영화 '7급 공무원', 드라마 '추노' 등 다수의 작품들을 통해 대중은 물론 평단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그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상황 설정의 웃음 코드를 잘 살려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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