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요즘 '이'가 몇 개 빠진 상황이다. '잇몸'으로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의 3번 타자 손아섭(옆구리)과 거구의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무릎)가 부상으로 1군 전력에서 빠져 있다. 유격수 문규현(손가락) 신본기(옆구리)도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4명 중 김시진 롯데 감독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만드는 선수가 히메네스다. 김 감독은 히메네스는 당분간 1군에 올라오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히메네스가 1군 말소된 건 지난 28일이었다. 그는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김 감독은 벤치에 앉혀두는 것 보다 재활군으로 보내 확실하게 치료를 한 후 1군에 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히메네스는 규정대로 라면 10일이 지나면 1군 등록이 가능하다. 8월 7일 삼성전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두를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히메네스를 언제 올릴 지에 대한 명확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요즘 히메네스를 둘러싸고 롯데 구단 안팎에서 들리는 얘기는 무성하다. 히메네스가 무릎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또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있다. 히메네스가 롯데 일부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서 불신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 히메네스의 타격 슬럼프가 6월 중순 이후 한 달 이상 이어졌다. 스스로 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1루 수비를 나갔다가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히메네스는 일부 동료들로부터 원망의 눈총을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일부에선 히메네스가 지나치게 예민해서 그렇게 느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내로 데려오고 싶은 가족(베네수엘라 거주)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토종 선수들은 히메네스가 팀을 위해 헌신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팀이 4위 수성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출전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히메네스가 마지막으로 경기에 출전한 게 지난 24일 사직 삼성전이었다. 이날은 웨이버 신청 마감일이었다. 이후 히메네스는 무릎이 아프다고 했고, 경기 출전이 힘들다는 의사를 코칭스태프에 전달했다. 시점이 묘하다.
롯데는 최근 히메네스의 교체를 검토했다가 시일에 쫓겨 마땅한 대체 선수를 구하지 못했다. 결국 24일 웨이버 공시 마감을 넘겨버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히메네스로 이번 시즌을 끝내야 한다.
일부에선 히메네스가 24일이 지나자 마자 태도가 돌변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의도적으로 24일 이후를 고려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다보니 김시진 감독은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프다. 히메네스를 어떻게든 1군에 올려 활용해야 한다. 큰 돈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타자가 1군에서 빠져 있으면 그만큼 손해인 것이다. 그런데 선수가 아프다고 하면서 출전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감독은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김시진 감독 처럼 선수들의 몸상태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경우엔 더 어렵다.
한 타 구단 관계자는 롯데가 히메네스를 다른 구단 외국인 타자와 맞트레이드를 시도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선수 트레이드 마감일은 7월 31일이다. 카드가 잘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히메네스는 이번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남은 일정을 마쳐야 할 운명이다. 히메네스를 살리기 위해선 팀 융화(케미스트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서로 이해를 못했던 부분이 있다면 훌훌 털고 팀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
히메네스를 전력 외로 분류하고 토종 야수들로만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에 히메네스의 덩치가 아깝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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