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봐서 아니까 그렇게 강하게 질책한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2일 2군행이 지시한 대주자 요원 유재신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이유를 설명했다.
염 감독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일부러 강하게 얘기했다"며 "내가 해봐서 아니까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과 유재신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센은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상대 정성훈에게 역전 결승 투런포를 맞고 3대4로 아쉽게 패했다. 문제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찬스를 얻었다는 점. 선두로 나온 대타 이택근이 볼넷을 얻어냈고, 염 감독은 1점을 뽑아내기 위해 발이 빠른 대주자 유재신을 투입했다. 하지만 유재신이 초구에 도루를 시도하다 2루에 아웃이 되고 말았다.
단순히 주자가 도루를 시도하다 죽었다고 문책을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유재신이 접전 상황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대신 다리부터 들어갔다는 점이다. 0.1초로 살고 죽느냐가 갈리는 도루 상황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공중에서 공을 잡은 야수의 글러브가 태그할 때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걸리게 된다. 때문에 2루 도루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않는 선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유재신이 방심을 했다. 다리부터 들어가다 상대 태그에 정확히 걸렸다. 본인은 아쉬운 마음에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자는 사인을 보냈고, 염 감독이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했지만 결과는 아웃이었다.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유한준-박병호-강정호 등 강타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결국 염 감독이 폭발했다. 2일 경기를 앞두고 유재신을 1군에서 말소시켰다. 그리고 취재진 앞에서 유재신에 대한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대주자가 아니면 1군에 있을 이유가 없다"라는 식의 얘기가 보도되며 '아무리 감독이지만 너무 잔인한 말이 아니느냐'는 욕도 먹어야 했다.
염 감독은 4일 경기를 앞두고 이에 대해 "감독 입장에서 그렇게 말을 하면 비난이 있을 것을 예상했다"라며 "욕 먹을 각오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은 "지난해부터 유재신에게 수차례 주루 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았다. 결국 사단이 났고, 화도 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선수단 사기를 생각해 감독으로서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염 감독은 유재신을 감쌌다. 염 감독은 "재신이는 그 주루 플레이 능력 하나로 1군에 있는 선수가 맞다"면서 "내가 현역 시절 해봐서 아니까 강하게 얘기를 한 것이다. 나도 재신이 같은 선수를 오히려 더 감싸주고 아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염 감독도 현역 시절 타격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 등으로 팀에 소금과 같은 역할을 했던 선수였다.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선수가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욱 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사자 어미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려 일찍부터 새끼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고 한다. 이번 염 감독과 유재신의 경우가 딱 그렇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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