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의 조건 중 하나는 악조건에서도 승점을 획득하는 것이다.
박경훈 제주 감독에게 2일 부산전은 말그대로 최악의 경기였다. 경기 전부터 쏟아진 폭우 때문에 제주 특유의 패싱게임을 할 수 없었다. 알렉스, 정다훤 등 생각지도 않았던 부상자가 속출하며 정상적인 경기운영이 어려웠다. 제주전 8경기 무승행진에 빠져있던 부산은 징크스를 깨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려들었다. 부산은 후반 23분 임상협의 선제골로 분위기를 탔다. 자칫 부산의 분위기로 넘어갈 뻔 한 경기였다. 하지만 제주는 부산과 1대1로 비기며 귀중한 승점 1점을 더했다.
박 감독은 "부산전에서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폭우 탓에 볼콘트롤, 패스 등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게다가 수비수들이 다쳐 후반전에 공격수 투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 처럼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패하지 않았다. 예년과 달라진 부분이다. 제주가 쉽게 패하지 않는 팀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부산전에서 보여준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제주는 최근 10경기 연속 무패행진(4승6무)를 이어갔다.
사실 지난 몇년간 제주는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어이없는 실수 하나로 승점을 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장기레이스에서 승점을 얻어야 하는 경기에서 승점을 따지 못할때 충격파는 컸다. 반대로 어려운 경기에서 승점을 수확했을때는 레이스 운용이 한결 편해진다. 올시즌 제주는 무너질 경기에서 승점 획득에 성공하며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 돼 있다. 수비진이 탄탄해지며 어떤 순간에도 팀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팀 전체에 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비 때마다 따라오는 행운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부산전에서도 후반 37분 황일수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박 감독은 "순간적으로 크로스를 노린 건지, 슈팅을 때린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크로스였다면 행운이라고 본다. 축구에서 이기려면 행운도 따라야 한다"며 웃었다.
제주의 올시즌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힘겹게 승점을 더하고 있는 제주는 한걸음씩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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