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절대 1군에 올라올 일이 없다던 신인투수가 잠실구장에 나타났다.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던 10일 잠실구장. 경기 전 낯익은 선수 1명이 LG 덕아웃 앞을 지나갔다. 주인공은 고졸 신인 임지섭. 제주고를 졸업하고 LG의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한 선수다. 임지섭은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깜짝 등판해 팀에 시즌 첫 승리를 안기며 주목을 받은 투수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입단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고질인 제구력 난조 때문에 일찌감치 1군에서 모습을 감췄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에는 더욱 혹독한 시간이 찾아왔다. 양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임지섭에 대해 "올해 절대 1군에 올라올 일은 없을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군에서 임지섭을 위한 특별 맞춤 훈련을 지시했다. 일단, 투수로서 갖춰야하는 유연성, 체력을 먼저 기르게 했다. 세부 기술은 그 다음이었다. 엄청난 훈련량. 임지섭의 몸에서 느껴졌다. 시즌 초 제법 살집이 있는 체구였는데 이날 잠실에서 본 임지섭은 홀쭉해져 있었다. 탄탄한 몸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왜 임지섭이 갑자기 잠실에 나타난 것일까. 중간 점검을 위해서였다. 양 감독은 "내가 지시한 부분들을 얼마나 잘 이행했나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임지섭은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라 80개의 공을 던졌다. 양 감독이 투구를 직접 지켜봤다.
그렇다면 평가는 어땠을까. 흡족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감독은 "80%의 힘으로 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직접 보면 폼이 굉장히 간결해지고 예뻐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시즌 초 본 임지섭은 딱딱한 투구폼으로 오직 힘으로만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제구 불안의 원인이었다. 구속을 3~4km 정도 포기하더라도 간결한 폼으로 좋은 제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양 감독의 지도 철학이다.
그렇다면 상태가 좋아진 임지섭을 올시즌 1군에서 볼 수 있을까. 양 감독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양 감독은 "오늘 지섭이를 만나 '내년에도 1군에서는 던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겨내야 한다'라는 얘기를 해줬다"며 "LG에서 10년 이상 공을 던져줘야 하는 투수다. 급하게 하는 것보다는 1군에서 던질 수 있는 완벽한 상태를 만드는 게 개인이나, 팀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지섭이가 당장 힘들겠지만 이 시간들을 잘 이겨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짜야 하는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대해 "지섭이는 절대 빼았기면 안되는 선수"라고 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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