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시드니올림픽, 그리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14년이란 시간차가 있지만, 두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았다. 20년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노리는 여자농구 대표팀의 전지훈련이 한창인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맏언니 이미선(35)과 막내 박혜진(24)을 만났다.
대표팀 막내, 14년 전과 달라진 부담감
이미선은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대 초반의 대표팀 막내, 출전시간도 많지 않았다. 전주원 양정옥 김지윤에 이어 팀의 네번째 가드였다. 이미선은 당시를 회상하며 "시드니 땐 대표팀 언니들을 보고, 외국선수들을 보면서 '어, 어' 하면서 시간이 간 것 같다. 계속 벤치에 있다 미국이랑 할 때 5분 정도 뛰었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2000년의 이미선과 2014년의 박혜진은 일단 '대표팀 막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혜진은 지난해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ABC)에서 처음 A대표팀에 선발됐다. 김단비(23)와 함께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막내, 하지만 대표 경력은 제일 짧다.
이미선은 박혜진을 바라보며 "난 막내일 때 처음이라 긴장도 됐지만, 많이 뛰지 않아 경기 외적으로 많이 즐긴 것 같다. 하지만 혜진이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미선의 경우 뛰어난 선배들이 많아 막내답게 대표팀에 데뷔했지만, 박혜진은 당장 이미선과 함께 대표팀의 포인트가드 자리를 맡아야 한다.
후배에게 큰 부담이 지워진 상황. 이미선은 "지금은 사실 내가 더 부담이 된다. 오히려 뭘 모르고 할 때가 더 좋았다. 그래도 혜진이 나이 땐 부담없이 못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혜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사실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스타팅멤버로 나가 본의 아니게 긴장을 했다. 난 언니가 들어가고, 그 뒤에 들어가는 줄만 알았다"고 했다. 이에 이미선은 "얘는 언니가 나간다고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난 혜진이가 베스트로 흔들어 놓고, 난 그 다음에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얘들은 언니들이 뛸거야 라고 생각하나보다"라며 받아 쳤다.
이미선이 28일(한국시각) 체코 카를로비바리에서 열린 4개국 초청대회 캐나다전에서 공 줄 곳을 찾고 있다. 카를로비바리(체코)=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2000년 이미선이 2014년 박혜진에게…
이미선은 박혜진을 볼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난다. '나도 저렇게 했었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다면 24살의 이미선은 어땠을까. 이미선은 "혜진이 나이 때 난 평균득점 20점에 리바운드 7~8개를 하는 선수였다. 어시스트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공격적이었다. 어렸을 땐 림만 보면 치고 들어갈 정도로 저돌적이었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소속팀 우리은행에서 2번 자리에 주로 배치됐다. 포인트가드 역할은 이승아가 맡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선 역할이 다소 바뀌었다. 이미선과 함께 1번 포지션을 나눠 맡아야 한다. 박혜진의 장점은 스피드와 정확한 슈팅력이다. 그렇게 보면 전통적인 1번 역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미선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14년간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박혜진이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선은 "난 좀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부상을 겪으면서 득점 보다는 보이지 않게 도와주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빠르고 슈팅이 좋은 혜진이는 지금 잘하는 걸 계속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빠른데다 슈팅까지 좋은 혜진이는 이 나이 때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A패스를 하라고 주문하면 더 복잡해진다. 잘 하는 것 위주로 해야 한다. 지금 리딩만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수비가 붙었을 때 좋은 패스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혜진이를 바꾸려 한다면, 슬럼프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진 역시 변화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려 하고 있다. 그는 "1번을 봐야 하는 상황에 막상 들어가면 어색하기도 하다. 안 그래도 전주원 코치님이 더 잘 하는 걸 하자고, 1번이라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씀해주신다"며 미소지었다.
막내가 본 맏언니, "우리 꼭 금메달 따요"
박혜진은 이미선의 어떤 것을 닮고 싶을까. 그는 "이런 말이 괜찮을 지 모르겠지만, 언니는 '여우' 같이 경기를 한다. 결국 다 알고 하는 것이다. 난 힘을 들이면서 겨우 하는데 언니는 힘을 덜 쓰고도 더 잘 한다. 요령이 있으니 부럽다"고 했다.
고참들은 평소 후배들에게 큰 조언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이미선은 "사실 나도 예전에 주원 언니가 상대의 수비와 길을 알려줘도 안 보였다. 지금 혜진이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차차 알아갈 것"이라며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대표팀 선발. 막내가 느끼는 팀 분위기는 어떨까. 박혜진은 "확실히 작년보다 분위기가 좋다. 나이 차이가 있다고 불편한 것보다는 조금 어려울 뿐이다. 그래도 작년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했다. 이번엔 일찍 소집돼 오랜 시간을 같이 해서 그런지 서먹한 게 없다"고 답했다.
막내의 기분은 맏언니가 제일 잘 알 터. 이미선은 "우리가 위계질서가 강하다기 보다는 코트에서 기가 센 것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이 느낄 것이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다"며 박혜진을 다독였다.
대표팀 막내 박혜진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남다르다. 이제 대표팀 경력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을 외치는 언니들에게 마지막 금메달을 안기고 싶다. 박혜진은 "언니들이 마지막이라고 하시는데 정말 금메달을 꼭 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교체를 많이 말씀하시는데 언니들 말대로 우리 스스로 깨닫고 뛰어야 할 것 같다. 잠깐 뛰더라도 몸으로 부딪히며 느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를로비바리(체코)=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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