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김광현의 하루. 지금까지 살아온 날 심장박동수가 가장 많은 하루가 아니었을까.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에이스 김광현(SK 와이번스)는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어찌됐든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났으니 웃으면 될 것 같다. 김광현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대표팀이 2-3으로 뒤지던 8회 4점을 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되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김광현에게 많은게 걸린 한판이었다. 이번 대표팀 투수 라인업에서 김광현은 부동의 에이스였다. 상대가 누가 되든, 일찌감치 결승전 선발로 김광현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라지만, 상대 팀들의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지만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극도의 긴장감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했다. 초반부터 공에 힘이 실리지 않으며 선취점을 허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 여기에 상대 국가들은 프로 최강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졌다. 자존심을 지켜내야 했다. 여기에 자신은 국제대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동료들 대다수가 이번 금메달에 병역 혜택 여부가 걸려있었다. 막중한 책임감이 김광현의 어깨를 짓눌렀다. 타 종목에서야 "메달 색깔이 뭐가 중요하냐"라고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잇지만 야구 만은 예외였다. 무조건 금메달이 필요했다.
여기에 김광현이 이번 대회 이를 악물고 임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꿈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김광현에게 참 절묘한 대회였다. 김광현은 현재 프로에서 6시즌을 뛰었다. 7시즌을 채우면 구단 동의 하에 해외 진출을 타진할 수 있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 시즌을 뛴 추가 일수 혜택이 돌아가 정확히 7시즌 기준을 채울 수 있었다. 단순히 혼자 설레발을 치는 것도 아니었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올시즌 김광현을 지켜보기 위해 한국 경기장을 찾았다. 한국의 금메달이 기정사실화 됐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김광현은 올시즌을 다 뛰어도 7시즌 기준을 채우지 못할 뻔 했다. 결국 미국에 진출하려면 소식팀 SK에서 내년 한 시즌을 더 뛰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마음은 미국쪽으로 많이 기울어있는 선수에게 다음 시즌은 악몽이 될 뻔 했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꿈으로 버텨왔던 시간들이 물거품처럼 느껴지며 다가오는 허탈한 마음을 지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하고 도장을 찍는 순간 김광현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기에 아직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것은 확실하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시즌 SK의 4위 싸움을 위해 전력을 다하면 될 김광현이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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