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결승전.
한국의 내로라하는 타자들은 대만의 22세 대학생 투수 궈진린의 투구에 당혹스러워했다.
1회 무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궈진린은 담대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뒤 나성범을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없이 최대위기를 넘겼다.
그 상황에서 그의 강점이 발휘됐다. 우선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 똑같은 폼에서 나오는 130㎞대 체인지업. 그리고 간간이 던지는 낙차 큰 120㎞대 커브가 있었다.
결국 큰 위기를 극복한 궈진린은 2, 3, 4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 황재균과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 천관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그의 역투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가지고 있는 구종의 위력과 함께 한국 타선을 혼란스럽게 만든 또 하나의 강력한 요소가 있었다. 바로 '이중동작'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변화무쌍한 키킹 후 착지 타이밍이었다.
경고받은 궈진린의 이중키킹
4회 1사 주자없는 상황. 타석에 선 강정호가 갑자기 타석에서 벗어났다. 곧바로 호리 아키라 주심은 궈진린에게 경고를 줬다.
1회부터 마음에 걸리던 동작. 궈진린은 특유의 투구습관이 있었다. 키킹 시 공중에 뜬 왼발의 착지 타이밍에 조금씩 변화를 줬다. 키킹한 왼발을 빠르게 내딛고 투구하기도 했고, 미세하게 잠시 멈춘 뒤 던지기도 했다.
그런데 강정호의 타석에서는 너무나 노골적이었다. 왼발을 공중에서 한 차례 멈춘 뒤 투구했다. 결국 이 부분은 명확한 '이중동작'이다. 일관성없는 투구동작 때문이다.
투수는 일정한 투구폼을 유지해야 한다. 갑자기 투구폼에 변화를 주는 '이중동작'을 취하게 되면 타자 기만행위로 보크를 선언받는다.
오승환은 특유의 이중키킹을 한다. 예전 SK의 마무리 정우람의 경우에도 투구 직전 글러브에 공을 다시 한번 튀긴 뒤 던졌다. 하지만 이것은 이중동작이 아니다. 항상 투구를 할 때마다 하는 동작. 즉 특유의 일관된 투구폼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반면 궈진린은 3회까지 공중에서 왼발을 멈춘 적이 없었다. 때문에 이중동작으로 인정, 경고를 받았다.
이중동작의 마지노선
한국 타자들을 괴롭한 궈진린의 투구습관은 키킹 시 공중에 뜬 왼발의 착지 타이밍에 변화무쌍했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조금 늦거나 빠르게 착지시킨 뒤 공을 던지게 되면 당연히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타이밍 자체에 혼란이 생긴다.
일본에서 이런 투수들은 흔히 볼 수 있다. 키킹을 한 뒤 한 차례 정지를 한다든지, 다리의 각도를 조금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경우다.
이런 동작들이 기계적으로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궈진린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이렇게 미세하게 다른 타이밍에 대해서 '이중동작'의 판단은 전적으로 주심의 재량이다.
한 차례 경고를 주긴 했지만, 호리 아키라 주심은 궈진린의 특유의 키킹동작에 대해서 별다른 제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다. 주심 입장에서 궈진린의 미세한 투구동작의 변화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석에서는 많은 혼란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거기에 타자의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미세한 투구동작의 변화.
대만의 깜짝 선발카드에 완전히 당했던 한국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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