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세계양궁연맹(WA)의 견제는 여전했다. 중국과 일본, 인도의 도전도 거셌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부담감도 컸다. 하지만 역시 한국양궁은 최강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양궁은 전체 8개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쓸어담았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는 개막을 목전에 둔 9월 3일 리커브 단체전 경기 방식을 합산제에서 세트제로 갑자기 바꾸었다. WA의 압박 때문이었다. WA는 2013년 11월 총회에서 단체전 세트제를 2014년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단 이번 아시안게임은 예외였다. 총회가 있기 전 합산제 경기 방식을 제출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WA가 '딴죽'를 걸었다. 단체전 세트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인천 아시안게임을 공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쩔 수 없이 조직위는 굴복했다. WA의 의도는 명백했다. 한국의 금메달을 하나라도 줄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강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원동력은 치열한 선발전 방식이었다. 대한양궁협회 등록 선수들을 상대로 4차까지 가는 선발전을 치렀다. 남녀 각각 4명을 선발했다. 기존 국가대표와 경쟁을 펼쳤다. 남녀 각각 8명이 4자리를 놓고 두 차례 평가전을 더 가졌다. 여기에서 기보배 임동현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끝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개인전 엔트리는 국가별로 2명, 단체전 엔트리는 3명이다. 4명이 다시 서바이벌 경쟁을 펼쳤다. 5월 2차월드컵(콜림비아 멘데린), 6월 3차 월드컵(터키 안탈리아), 8월 아시아그랑프리(대만 타이페이) 등 3개 국제대회의 성적을 각각 20%씩 합산해 60%, 여기에 아시안게임 예선라운드 당일 성적을 40% 반영해 1·2위는 개인전에, 1·2·3위는 단체전에 출전하게 했다. 옥석 중에 옥석을 가렸으니 실력으로는 아시아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28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 경기가 열렸다. 정다소미가 장혜진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한 정다소미(오른쪽)와 장혜진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9.28
리커브 남자 개인전의 금메달은 극적이었다. 오진혁은 결승전에서 중국의 용지웨이에게 첫 2개 세트를 내주었다. 하지만 3세트에서 3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0점이 꼭 필요했던 4세트 마지막 발은 어김없이 10점으로 연결했다. 결국 5세트에서 승리하며 대역전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에 이은 쾌거였다.
감동도 있었다. 여자 컴파운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최보민은 2관왕에 올랐다. 최보민과 석지현은 2013년 안탈리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당시 세상을 떠난 신현종 감독의 영전에 금메달을 바쳤다.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는 아름다운 양보가 있었다. 맏언니 주현정은 선발전 3위의 성적으로 단체전 출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어깨 통증이 찾아왔다. 이특영에게 출전권을 양보했다. 여자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내며 맏언니의 양보에 보답했다. 개인전에서는 정다소미와 장혜진이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서로를 축하해줬다.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한국 양궁이지만 쉴 틈은 없다. 2015년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이 10월9일부터 열린다. 2015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향한 경쟁은 다시 시작됐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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