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는 또 밟혔다. 자기 보다 나이 어린 젊은 여자선수들에게 집단적으로 당했다. 그런데 그 표정이 억울하지 않다. 웃고 있었다.
위성우 한국 여자농구대표팀 감독(43)이다. 그는 소속팀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했을 때 처음 밟혔다. 시즌 내내 고생한 선수들에게 맘껏 자신을 밟으라고 허락해주었다. 정말 선수들은 힘껏 밟았다. 이번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이 당했다. 여자대표팀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누르고 1994년 히로시마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 정상에 올랐다. 대표 선수들은 예고없이 위 감독을 코트에 눕히고 밟았다. 선수들은 밟으면서 좋아했고, 밟힌 위 감독은 기쁨과 아픔이 동시에 교차하는 듯했다. 위 감독은 올해 벌써 두 차례 우승 사령탑이 됐다. 2013~2014시즌 통합 우승 2연패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숙원을 풀어주었다. 사령탑에 오른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내가 밟힐 팔자인가 보다. 이렇게 밟히는 거라면 12번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더 밟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선수들과 약속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여자 농구 대표 선수들은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중국을 70대64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선수들은 혹독한 훈련을 시킨 위 감독을 코트에서 밟는 세리머니를 했다. 위 감독은 "이상하게 밟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지 않은 경기수가 오히려 스트레스였다고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몽골, 일본 그리고 중국을 차례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이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하면서 3전 전승으로 우승한 것이다.
그는 "경기수가 적은 건 장단점이 있다. 우리 노장 선수들을 감안하면 조별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했다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모두 이겨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일본전에 집중하다보니 중국전을 앞두고는 제대로 분석이 안 된 상황에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중국을 만나 경기 초중반까지 고전했다. 4쿼터 베테랑 이미선 변연하 등의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위성우 감독은 "대표 은퇴를 앞둔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그래서 훈련 강도를 마냥 높일 수 없었다. 하지만 신정자 임영희 등이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2012년 사령탑에 오른 이후 실패를 모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위 감독은 "너무 잘 되고 있어 솔직히 불안한 것도 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변의 얘기를 잘 듣고 처신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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