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 인천아시안게임대표팀 감독은 2일 북한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김신욱(26·울산)과 마주 앉았다. 이 감독이 물었다. "몇 분 뛸 수 있겠니?" 김신욱이 대답했다. "15분 정도요." 그랬다. 김신욱은 15분밖에 소화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이 감독과 김신욱의 인터뷰 내용이다. 우선 이 감독은 '숙적' 일본과의 8강전을 앞두고 김신욱의 활용을 예고했었다. "김신욱이 조깅 등 팀 훈련을 소화했다. 정상적인 몸상태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출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국과의 4강전을 준비하는 시점에선 "부상한 김신욱은 4강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신욱은 일본전에 결장한 뒤 "아직 몸상태는 70%다"고 얘기했다. 30일 태국전 승리 후 가진 인터뷰에선 "사실 거의 다 나았다. 몸 상태가 70%라고 한건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준비는 끝났다. 결정은 감독님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이 모든 것이 연막 작전이었다. 상대가 자신에게 맞춘 전략을 짜고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 일종의 심리전이었다. 사실 김신욱의 몸 상태는 채 10%도 되지 않았다. 사우디와의 조별리그 2차전 때 한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하지 못했다. 의지는 강했다. 개인 트레이너까지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 인근으로 불러 마사지를 받았다. 수영장에서 근육 강화 훈련도 병행했다. 하지만 경기에 투입돼 예전의 몸놀림을 보일 정도로 회복된 상태는 아니었다. 이 정도의 몸 상태였으면 투입안되는 것이 맞다. 이제서야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 감독이 아끼려고 아낀 것이 아니라 아예 출전시킬 수 없었다. 북한전 15분 출전마저도 감지덕지였다.
또 다른 변수는 북한과의 경기 도중 발생했다. 연방 후반 3분에 이종호(전남)과 교체투입된 김신욱의 몸 상태는 더 악화됐다. 투입될 때는 괜찮았지만, 북한 수비수와 부딪히면서 다친 부위에 통증이 심해졌다. 또 다시 쓰러질 수 없었다. 참고 뛸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신욱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신욱은 "첫 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후 부상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을 전혀 주지 못했다. 금메달을 일구기까지 수고한 후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해 눈물이 흘렀다"고 밝혔다. '경기 끝나기 전 15분 출전'은 정해져 있었다. 그 전까지 김신욱은 벤치에서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프타임 때는 최전방 공격수 이용재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신욱은 "벤치에서 본 것을 조언했다. 북한이 강하게 나오는 것에 기죽지 말고, 공간이 나는 곳을 침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훈련 때는 쉴 수 없었다. 그는 "희생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내가 다쳐 쉬면 전체가 흔들릴 것이 뻔했다. 참고 했다. 그리고 오늘도 더 큰 소리로 후배들에게 조언했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김신욱의 꿈인 유럽 진출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김신욱은 "다시 내가 준비한 생각을 이어나갈 것이다. 더 좋은 무대에서 뛰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신욱의 축구 인생에 꽃이 활짝 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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