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괴물' 시몬(27·쿠바)의 작은 바람이 이뤄진다. 가보고 싶어하던 한국 클럽에 갈 수 있게 됐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0)은 "시몬이 한국 클럽에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 나랑 함께 가는 조건으로 1라운드가 끝나고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시즌 초반 감독으로서 이런 요구를 들어주기 쉽지 않다.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국인선수만 특혜를 준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 선수단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흔쾌히 허락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몬에 대한 믿음이 컸다. 김 감독은 클럽에서 휴식시간을 보낸다고 유흥에 빠져들어 선수의 본분을 잊을 시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감독이 시몬을 '괴물'로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량 뿐만 아니라 인성도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경험한 한국 배구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반할 수밖에 없단다. 시몬은 비시즌 기간 제주도 동계훈련 때는 한라산 등반 열외 대상자였지만, 자청해 산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또 단 한 번도 표정을 찡그리는 적이 없단다. 팀 내에선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어린 선수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까지 해주고 있어 김 감독은 시몬에게 주장까지 맡기고 싶어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시몬은 "우리 팀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라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은 이기려는 의지와 열정"이라고 했다.
아무리 감독이 나이가 젊고, 경험이 적다고 하지만 시몬은 김 감독에게 깍듯하다. 21일 삼성화재전이 끝난 뒤에는 김 감독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감사의 인사를 했다. 김 감독은 "시몬은 내가 말하면 무조건 '네'라고 답한다"고 했다. 유럽 무대에서 소화했던 주 포지션인 센터와 한국에 와서 바뀐 포지션인 라이트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시몬에게도 힘든 일이다. 28일 대한항공전에선 4세트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혀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센터 역할까지 하려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니깐 특별한 지시는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량 발전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 경기를 마치고 시몬이 나를 급하게 찾아와서 2단 공격 스텝을 가르쳐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천천히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젊은' 마인드와 '괴물' 시몬의 시너지 효과는 올시즌 초반 V-리그 최고의 흥행요소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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