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애가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의 말처럼 우울증을 겪을만한 파격 연기였지만 김영애는 본인이 실제 그런 것처럼 연기를 해냈다.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도 흠잡을 곳 없다. 도지원과 송일국의 오열연기는 관객의 뇌리에 깊이 박힐만 하고 김소은의 연기도 선배 연기자들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현기증'은 더 보는 이들의 가슴을 옥죈다.
이돈구 감독의 연출은 충격적인 사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현기증'의 카피 '당신은 이 영화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처럼 김영애 송일국 도지원 김소은의 연기는 흠 잡을 곳 없지만 관객들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치명적인 사고 이후 무참하게 한 가족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린 '현기증'은 사고의 장본인 순임(김영애)이 점점 이상 행동을 보이고 가족들은 각자가 직면한 고통 때문에 서로를 돌볼 여력이 없어지며 파국으로 향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메가폰을 잡은 이돈구 감독은 작품을 선보이기 전 "아름답지 못한 인간의 본성에 관심이 많다"며 "너무 심한 죄책감은 심지어 공포로 다가와 죄를 고백하기 보다 그 순간을 피하게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출발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현기증'은 인간 내면에 어두운 부분을 무참하고 과감하게 그려내 보는 관객들을 고민하게 하는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3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진행된 '현기증'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애는 "'변호인' 촬영장에서 시나리오를 받았다. 하기로 결정하고 9월과 10월 두달 동안 찍었다"며 "시나리오 보고 나서 끔찍했고 생각하기 싫었다. 하지만 한번 쯤은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그는 "마지막 촬영을 하고 나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순임에 대한, 또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연민 때문에 힘들었다"며 "주위 사람들에게는 너무 끔찍한 이야기니까 '기분 나쁘면 보지마'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여유가 있으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제작'으로 꼽힌 '현기증'. 일반 관객들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까. 6일 개봉.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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