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밴헤켄은 올시즌 9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23명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밴헤켄은 투구이닝 순위에서도 187이닝으로 1위에 올랐다. 피홈런수와 투구이닝을 종합해 보면 올시즌 홈런을 내주는데 있어 가장 인색했던 투수가 밴헤켄이라는 의미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밴헤켄의 시즌 별 피홈런수는 16개, 11개, 9개였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향상돼 온 것이 피홈런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올시즌 밴헤켄은 국내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며 20승 고지를 밟았다. 비로소 '특급 투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피홈런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의아한 것이 있다. 최강 타선이라는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밴헤켄은 올해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2.22를 마크했다. '킬러'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상대한 8개팀 성적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서 삼성전 호투의 원동력은 역시 장타, 특히 홈런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이 자랑하는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 등 좌타 거포 뿐만 아니라 박석민과 나바로같은 우타자에게도 홈런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정규시즌서 삼성에게 완벽했던 밴헤켄은 4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서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했다. 밴헤켄은 팀타선이 3회초 2점을 선취해 2-0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3회말 나바로에게 동점 홈런을 얻어맞고 말았다. 나바로는 볼카운트 1B1S에서 밴헤켄의 3구째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걸쳐 들어오는 직구를 그대로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정규시즌서 98명의 삼성 타자를 맞아 피홈런이 없었던 밴헤켄은 이날 3회 첫 타자 김상수까지 9명의 타자를 상대로도 홈런을 맞지 않았다. 그러나 3회 무사 1루서 맞은 나바로, 즉 올시즌 그가 상대한 삼성의 108번째 타자에게 통한의 동점포를 허용했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의 '데이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밴헤켄의 직구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외국인 타자가 홈런을 친 것은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의 데이비스가 삼성과의 2차전 때 친 투런홈런 이후 8년 만이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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