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이후 3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회사가 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대보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대보그룹은 건설·정보통신·유통·레저 등 사업영역을 확보하며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었다. 대보그룹의 수장은 최등규 회장이다. 최 회장은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매김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성공한 CEO, 능력 있는 CEO로 자리매김하던 그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등규 회장, 50억원대 회사 자금 유용 혐의로 검찰 조사받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지난 12일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횡령과 배임 혐의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을 통해 지난 2007년부터 6년간 50억원대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보정보통신 임·직원들에게 월급을 부풀려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최 회장의 소환조사에 앞서 지난 9월 대보그룹 본사, 대보정보통신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내부 문건 등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비자금 중 일부가 관급공사 수주를 위한 리베이트나 인·허가 청탁 명목의 뇌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비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들어 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대보그룹이 관급공사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는 세간의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대보그룹은 전국의 휴게소 업계 1위 기업으로 한국도로공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을 해왔다. 업계에서 한국도로공사와 대보그룹 간 '밀월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의 중심에는 대보정보통신이 있다. 대보정보통신은 대보그룹이 지난 2002년 공기업 민영화의 일환으로 한국도로공사 자회사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인수한 뒤 사명을 바꾼 곳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대보정보통신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보정보통신은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간의 밀월 관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일례로 대보정보통신은 최근 4년 누적 기준 매출액의 40%가량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올렸다. 대보정보통신은 지난 2002년부터 8년 동안 통행료 징수시스템 등 도로공사의 정보기술(IT) 사업을 독점하는 등 주로 고속도로 정보통신시설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대보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모두 13곳으로 2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보유통은 도로공사의 휴게소 임차 운영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575억원을 벌어들였다. 휴게소와 관련한 물량이 대부분인 대보건설은 최근 2년간 69억원을, 휴게소를 운영하는 대보디앤에스는 4년간 287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다. 대보그룹이 한국도로공사와 거래를 통해 상당 기간 꾸준히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린 셈이다. 대보그룹과 한국도로공사의 밀월관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 정·관계 로비 의혹 확대 가능성"
사례는 더 있다. 물적인 유착 뿐만 아니라 인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보그룹의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이 한국도로공사의 퇴직 임원의 재취업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대보그룹은 한국도로공사 퇴직자를 영입해 휴게소 입찰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의원은 "2001년 이후 한국도로공사 출신 간부 3명이 고문으로 재취업을 했다"며 "대보그룹이 이들을 활용, 한국도로공사의 공사 등을 수주하고 입찰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보그룹 측은 현재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대보그룹 관계자는 "검찰 조사 중인 만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대보그룹의 검찰 조사가 단순 기업 비리를 넘어 '관피아'(관료+마피아) 문제로 번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보정보통신이 한국도로공사의 계열사였던 만큼 양측의 밀월관계가 드러나게 될 경우 단순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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