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고민은 좌완투수 부재였다. 이건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왼손 투수들이 적었다. 그나마 유희관이 등장하며 왼손 선발이 보강됐지만, 여전히 양과 질에서 다른 팀에 비해 왼손 투수가 부족하다. 선발과 불펜에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
그런 두산에 새로운 희망이 생길 듯 하다. 올해 경찰청에서 제대한 좌완 진야곱이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싱싱한 구위를 자랑하며 내년 시즌 1군 무대 진입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야곱의 가능성은 21일 일본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이날 진야곱은 팀이 0-5로 뒤진 2회에 등장해 3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추격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다. 1회에 두산 선발 박종기를 상대로 안타행진을 벌이며 5점이나 뽑아냈던 KIA 타선은 진야곱이 나오자 전혀 다른 타자들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진야곱의 투구를 지켜본 KIA 관계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무리캠프의 연습경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진야곱은 확실히 인상적인 피칭을 했다. 왼손 투수로 직구 최고구속은 143㎞까지 나왔고, 슬라이더(127㎞~132㎞)와 커브(112㎞~118㎞) 그리고 서클체인지업(129㎞~130㎞)까지 섞어던져 KIA 타선을 제압했다.
냉정히 말해 이날의 투구로 당장 진야곱이 내년 시즌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고 말할 순 없다. 2군 선수 위주로 구성된 KIA 타선을 상대로 한 호투였기 때문이다. 진야곱 역시 이런 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연습경기 결과를 놓고 앞날을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또 오늘 피칭 차제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진야곱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한 이유는 직구의 제구가 뜻대로 안됐기 때문. 그는 "오늘은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려고 생각했었어요. 구속은 11월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았지만, 문제는 제구력이었죠. 마음먹은 곳에 정확히 던지는 게 목표였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제구력을 더 가다듬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진야곱은 올해 경찰청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24경기에 나와 99⅓이닝을 던져 6승5패, 평균자책점 6.43을 기록했다. 삼진은 101개를 잡았고, 볼넷은 91개를 허용했다. 그리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진야곱은 "올해 볼넷을 너무 많이 허용한 게 불만이라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는 제구력을 끌어올릴 생각이에요. 열심히 하면 스프링캠프 참여 기회도 생기겠죠"라면서 "입단 후에 별로 팀에 기여한 게 없는데, 내년에는 1군 무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서 꼭 보탬이 되고 싶어요"라는 각오를 밝혔다.
진야곱은 성남고 3학년 시절에 출전한 대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최고 154㎞의 강속구를 뿌렸던 고교 최대어였다. 2008년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는데, 2009년부터 찾아온 허리 통증으로 고교 시절의 강력했던 공을 던지지 못했다. 2년 여 만에 허리 통증에서 벗어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결국 진야곱은 경찰청 입대를 택했다.
퓨처스리그는 진야곱에게 또 다른 기회였다. 부담감을 떨치고 마운드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만족할만큼의 성과는 아니었지만, 진야곱은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이날의 피칭은 진야곱의 '가능성'이 다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성급한 확신는 금물이지만, 발전 가능성을 기대해보기엔 충분하다. 과연 진야곱이 부족한 두산 좌완 라인에 새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미야자키(일본 휴가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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