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서 바람도 좀 쐬고. 놀기도 해야지."
KIA 타이거즈는 신임 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 체재로 새시즌 준비에 들어가 있다. 지난 10월29일부터 시작된 마무리캠프에서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훈련을 마치면 힘들어서 밥을 못먹겠다는 선수도 있다. 한 선수는 "식사 시간에는 절간처럼 조용하다. 말을 할 체력을 아껴 밥을 한 숫가락이라도 더 하려고 한다"고 했다.
처름에 힘들어하던 선수들도 이제는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무슨 계획을 갖고 어떻게 자신들을 움직이게 하는 지 잘 안다. 캠프의 주제인 "오늘 나는 팀과 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드디어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감독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다. 선수들이 조금씩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고, 준비하는 법'이 선수들에게 녹아들었다는 건 휴식일의 풍경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23일은 KIA 선수단 전체 휴식일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처럼의 휴식이니 마음껏 쉬고, 밖에도 좀 다녀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늘 하는 일과인 아침 산책을 했다. 오전 6시30분쯤 가장 먼저 숙소를 나서 마무리캠프가 마련된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 시내를 빠른 걸음으로 걷곤 한다. 15분 정도 산책을 하면서 서서히 몸을 깨우고 그날 있을 훈련의 방향을 구상하곤 하는 것이다. 한 달 가까이 된 캠프기간 동안 늘 반복했던 일과라 이제는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눌 정도가 됐다.
이렇게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는데, 감독이 돌아올 때쯤 선수들도 삼삼오오 모여 자율적으로 아침 산책을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감독과 마주친 선수들이 우렁차게 인사를 건넸다. 김 감독은 "어제는 뭘 하고 쉬었나"라고 물었다. 선수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방에서 푹 잤습니다. 그게 가장 좋은 휴식이었습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바깥 바람도 좀 쐬야지. 근데 이제 선수들도 휴식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아니까 알아서 미리 준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이번 휴식일을 마치면 훈련의 피치를 최고조로 높일 계획이었다. 캠프 종료가 임박해 있는 만큼, 그간 선수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훈련을 시킬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걸 선수들이 눈치 채고는 스스로 '몸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휴식일에 꼼짝도 안하고 방에서 쉬면서 마지막 시련을 대비했다. 한 달 가까이 김 감독의 훈련을 받는 동안, 선수들 스스로 감독의 스타일과 팀 훈련의 방향을 짐작하게 된 것이다.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뀐 것. KIA 마무리캠프의 또다른 성과다.
휴가(일본 미야자키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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