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를 데려오자."
김성근 감독이 말했다. 이걸로 모든 게 결정됐다. 한화 이글스 프런트는 원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와의 FA 협상에 실패하고 시장에 나온 배영수(33)에게 진심으로 다가갔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이자 '감독이 원하는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배영수도 마음을 열 수 밖에 없었다. 한화가 '푸른 피의 에이스'라고 불리며 삼성의 상징과 같았던 배영수를 잡게된 진짜 이유. 결국은 '김성근의 힘'이었다.
한화는 3일 밤, 배영수와의 FA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3년간 총액 21억5000만원(계약금 5억원, 연봉 5억5000만원)의 조건. 최근 FA선수들의 지나친 '몸값 인플레이션' 현상에서 비춰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조건이다. 배영수가 통산 124승(98패)을 거둔 만 33세의 베테랑 투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저렴한 조건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한화는 배영수의 영입으로 선발로테이션의 리더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배영수의 한화행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꽤 놀라운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통은 엄청난 계약 총액이 화제가 되지만, 배영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친정팀 삼성을 떠나 다른 유니폼을 입게된 것 자체로 신선한 충격이다. 그만큼 '배영수=삼성'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 배영수는 2000년부터 올해까지 삼성에서만 15년을 뛰었다. 그렇게 쌓아온 124승은 하나하나 의미가 크다. 특히 2006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오랜시간 재활끝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투수로 성공적인 부활을 한 스토리는 진한 감동마저 전했다.
이런 배영수가 FA시장에 나온다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은 냉정했다. 배영수의 가치와 활용도에 대해 낮은 평가를 내렸다. '차가운 일등주의'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배영수가 원소속팀 삼성과의 FA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시장에 나오자 많은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어떤 구단도 한화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배영수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왜 한화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배영수에게 러브콜을 보냈을까. 한화 구단 관계자의 말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한다. "전력에 대한 구상, 선수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프런트는 그를 위해 움직이면 된다." 결국 김성근 감독이 배영수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고, 프런트는 그 의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은 남다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날카롭게 짚어내 그걸 밖으로 꺼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비록 삼성은 'No'라고 평가했지만, 김 감독과 한화는 배영수에 대해 'Yes'라고 본 것이다. 사실 배영수가 한화행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 중의 하나도 김 감독의 이런 능력 때문이다. 김 감독 밑에서 야구 인생의 남은 페이지를 다시 화려하게 써내려가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 고향팀 삼성을 떠나 낯선 한화에 정착하게 된 배영수가 과연 김 감독과 함께 어떤 '반란'을 일으킬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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