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승마협회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주승마'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되자 회장사를 맡고 있는 한화그룹이 손을 뗐다가 다시 복귀하는 홍역을 치렀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6종목 중 4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논란은 잠잠해 졌다. 그러나 최근 '비선라인' 의혹과 맞물려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비리의 온상이 된 승마협회의 중심에는 전 전무이사 박 모씨가 있다. 박 씨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감사 담당 공무원이 경질된 진원지로 알려진 '승마 살생부'의 작성자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2013년 5월 승마협회 살생부가 작성돼 청와대에 전달됐고, 청와대 지시로 체육단체 특감이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살생부의 명단에 포함된 전남, 전북 승마협회장 등이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 씨와 비선라인과의 연결고리 의혹이 불거졌다.
박 씨는 서울승마훈련원 이적·개발 사업과 관련한 공금횡령 혐의로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 6월 복역을 마친 박 씨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3년 동안 심판자격이 상실되고 10년 동안 협회 임원을 할 수 없다'는 '심판원 관리 시행세칙'에도 불구하고, 심판진 복귀를 시도한데 이어 인천아시안게임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며 승마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했다. 승마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씨의 아시안게임 공식직함은 '마주'였지만 매일 경기장에 나타나며 운영 전반을 좌지우지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전무이사 시절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인맥을 구축했다. 서울승마훈련원장까지 지냈던 박 씨는 당시 국정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사 한화 역시 박 씨와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자신에게 반발하는 세력을 모두 정리하고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 대한체육회와 일부 승마협회 임원들이 박 씨의 전횡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박 씨의 힘은 줄어들지 않았다.
검찰까지 나선만큼 '공주승마' 논란은 조사를 통해 밝히면 된다. '공주승마'의 당사자 정유연은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특혜 시비와 무관하게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대표 선발 역시 누적포인트를 통해 이루어졌다.
정유연의 특혜 시비는 조각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승마협회의 자정 노력이다. 이미 박 씨가 승마협회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4월11일자 스포츠조선을 통해 보도됐다.
이후에도 승마협회의 새 집행부는 싹을 자르지 못했다. 박 씨의 인천아시안게임 활동이 이를 증명한다. 박 씨의 능력과 별개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여전히 판을 흔들고 있다는 점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의혹을 키운 것은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통화가 연결된 승마협회는 박 씨에 관해 입을 굳게 닫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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