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은 지난 봄 90년대부터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던 슈퍼스타 출신 이상민을 전격 사령탑에 앉혔다.
삼성은 선수 시절 정교한 게임 리딩으로도 사랑받은 이상민 감독이 팀분위기를 쇄신해 농구 명가를 부흥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이 감독은 지난 10월 11일 오리온스와의 개막전과 이튿날 SK와의 경기에서 잇달아 패한 뒤 10월 15일 KGC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92대90으로 승리하며 짜릿한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장밋빛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4연패를 당하면서 전력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0월 29일 KT전부터 11월 2일 KCC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가 했지만, 또다시 연패의 수렁에 점점 빨려 들어갔다. 11월 6일 동부전부터 9연패를 당했고, 11월 28일 오리온스를 꺾은 이후 다시 6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지난 1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전자랜드를 만났다. 전자랜드는 이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뚜렷한 상승세를 과시하던 매우 껄끄러운 상대였다. 경기 전 이 감독은 "수비와 리바운드가 관건"이라고 했다. 승리가 절실했지만 그는 "선수들이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분위기 측면에서 누가 봐도 전자랜드의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75대66으로 삼성의 승리. 삼성 선수들의 기쁨은 코트 위에서 서로 얼싸안고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는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 전반을 9점차로 뒤진 삼성은 3쿼터 들어 수비가 제대로 이뤄지면서 전자랜드를 추격하더니, 4쿼터서 강력한 수비와 리바운드를 앞세워 전세를 뒤집었다.
이날 승리가 삼성에게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강호 전자랜드에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경기였음은 분명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전반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즐겁게 경기하자고 했다. 후반전 들어 수비가 되면서 경기가 풀렸다. 수비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칭찬했다. 이 감독은 또 "오늘 턴오버가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 턴오버를 줄이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보여준 집중력과 조직력을 유지한다면 마냥 패하기만 할 팀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시 범실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날 삼성은 전반에만 10개의 턴오버를 범했다. 속공에서 스틸을 당하거나, 서로 사인이 맞지 않아 어이없는 패스가 나오는 등 실수들이 이어졌다. 턴오버를 줄이려면 집중력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날 현재 삼성은 경기당 평균 턴오버가 11.8개로 동부(12.2개) 다음으로 많다.
리바운드에 대한 적극성도 더욱 높여야 한다.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가 34.2개로 10개팀 가운데 가장 적다.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이날 현재 라이온스는 경기당 20.0점, 11.0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경기당 평균 출전시간도 30분47초로 매경기 30분 이상을 뛰고 있다. 라이온스를 받쳐줄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 백업을 맡는 어센소 엠핌은 신장과 기량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토종 빅맨인 김준일과 이동준, 김명훈 등이 좀더 손발을 맞춰야 한다. 이정석 이시준 차재영 등 가드와 포워드들의 과감한 외곽 공격도 필요하다.
삼성은 18일 LG, 21일 동부, 23일 전자랜드와 차례로 맞붙는다.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한 팀들이다. 정규시즌 반환점을 돈 삼성의 행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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