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까지 퍼펙트 투구였다. 안타는 물론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철저하게 kt 위즈 타자들을 제압했다. 삼진은 7개를 잡아내면서 투구수도 77개에 불과했다. 이닝당 13개가 채 안되는 수치다. 이 기세대로 3이닝만 더 던지면 '꿈의 기록'인 퍼펙트 게임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대기록 탄생의 가능성이 점점 올라가던 상황. kt 타자들이 이날 니퍼트의 공을 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퍼펙트 게임, 노히트노런, 완봉승.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었다.
하지만 7회가 시작되면서 이 모든 기대감은 일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닝이 교체된 후 마운드에 오른 건 니퍼트가 아니라 한용덕 수석코치였다. 그리고 한 코치는 투수 이현호에게 공을 건넸다. 투수 교체였다.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투구수도 77개밖에 되지 않는 니퍼트가 바뀐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일단 스코어가 이미 11-0으로 크게 벌어진데다 화요일 선발인 니퍼트가 로테이션 일정상 일요일에도 등판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교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퍼펙트 기록이 완성되려면 3이닝을 더 소화해야 하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또한 이미 점수차가 크게 났기 때문에 상대팀을 배려하려는 의도도 약간은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두산 김태형 감독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개인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그는 '큰 그림'을 그리는 지도자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니퍼트가 혹시라도 투구 과정에서 다친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래서 구단을 통해 니퍼트의 교체 이유를 알아봤다.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이번 교체는 니퍼트 본인의 요청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니퍼트가 경기 전부터 감기 증세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경기 중반에 접어들며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껴 교체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좋지 않은 컨디션임에도 집중력과 경험을 앞세워 6회까지 완벽하게 버텼지만, 더 이상 좋은 구위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니퍼트는 가장 좋은 순간에 스스로 물러설 줄 아는 지혜가 있는 선수였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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