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이제 톱니바퀴가 하나씩 맞물려 돌아가는 것 아닐까여."
최근 노경은(롯데 자이언츠)에게 호투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기술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또 "난 더 떨어질 곳이 없다. 밑바닥이기에 편하게 던지려 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잘 풀린 것 같다"면서 "한 창 좋았을 때 던진 투심(실밥을 걸쳐 잡지 않는 노경은만의 독특한 구종)을 다시 꺼냈고, 지금은 칠테면 치라는 생각으로 공을 뿌린다. 요즘 운이 좋다"고 했다.
이러한 마인드는 지난달 31일 시즌 3승째를 거두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부산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동안 5안타 4볼넷을 허용하면서도 달라진 멘탈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6회 2사 후 오지환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 한 방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주자가 나가도 흔들리지 않았고, 볼넷이 나와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롯데의 9대1 승리. 연이틀 LG를 제압한 롯데는 5강 싸움에 다시 뛰어 들었다.
그렇다고 노경은이 처음부터 믿음직한 선발로 자리잡은 건 아니다. 지난 5월31일 고원준(두산)과 1대1 트레이드 된 이후 패전 투수가 되기 바빴다. 특히 7월 5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만은 떠안았다. 7월6일 NC 다이노스전은 3이닝 6실점, 12일 포항 삼성 라이온즈전은 3⅓이닝 4실점(1자책)이다. 또 19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4⅓이닝 4실점한 뒤 24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3⅔이닝 6실점했다.
그나마 7월 마지막 등판인 3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6⅓이닝 4실점(2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으나, 퀄리티스타트에는 성공했다. 노경은은 이 때를 돌아보며 "앞으로 기회가 한 두 번 더 올까말까 한 상황이었다. 심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나름 만족스러운 피칭을 했다"며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주형광 투수 코치님이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더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8월은 달라진 자신을 알리는 한 달이었다. 5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24일 울산 kt 위즈전을 제외하면 퀄리티스타트에도 모두 성공했다. 이 기간 그는 넉넉한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는 2승뿐이지만, 쓰러져가는 롯데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했다. 노경은은 "나에 대한 좋은 평가는 감사한 마음 뿐이다. 확실히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긴 건 맞는 것 같다"며 "직구 스피드는 예전보다 떨어진 듯 하나 한번씩 세게 던지면 146㎞까지는 나온다. 맞더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공을 자신 있게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생각 없다. 무조건 퀄리티스타트만 하자는 마음 뿐이다"며 "가을야구 팀이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든 팀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내가 롯데와 두산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개인적으로 내년에 진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올 시즌 내 승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의미도 없다. 무조건 긴 이닝을 책임지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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