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을 줄 알았어요. 근데 아쉽네요."
여 름(27·광주)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여 름은 광주의 주장이다. 여 름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0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하며 팀의 두 시즌 연속 잔류를 이끌었다.
미드필더인 여 름은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로 광주 중원에 힘을 불어 넣는다. 경우에 따라선 재치있는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능력까지 갖춘 팔방미인이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지만 여 름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빈말이 아니"라며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지난 시즌 보다 못했던 이유를 물었다. 여 름은 "생각보다 주장의 무게가 무거웠다"고 털어놓았다.
여 름은 2013년 광주에서 프로 데뷔를 했다. 이후 꾸준히 출전을 이어가며 2016년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를 통해 K리그 100경기 고지도 밟았다. 신인과 어린 선수들이 많은 광주에서 여 름은 어느덧 고참 선수가 돼있었다. 특유의 밝고 활발한 성격도 팀 융화에 큰 힘이 됐다.
이러한 장점들을 바탕으로 여 름은 지난 6월 주장으로 선임됐다. 기존 주장은 이종민이었다. 여 름은 "다시 생각해도 그때 정말 많이 놀랐다"고 회상했다. 뿌듯함도 있었다고 한다. 여 름은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K리그 무대에 주장은 12명이다. 내가 그 중 한 명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고 책임감도 더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장 완장의 무게는 시간이 가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 름은 "처음엔 좋은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주장이라는 자리는 팀 전체를 봐야 한다. 솔직히 난 그 정도의 그릇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이)종민이 형에게 의지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열심히 하려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선수들과 코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 름은 "주장이 아닐 땐 그냥 내 플레이만 신경쓰면 됐다. 하지만 주장의 세계는 그렇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대표로서 감독님을 비록한 코치들과도 소통을 해야 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에서 의견 조율도 잘 해내야 했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여 름은 정들었던 광주와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24일 상무 합격자 발표가 나온다. 합격하면 다음달 5일 입대해야 한다. 여 름은 "광주 유니폼 처음 입고 기뻐했을 때가 바로 어제 일 같다"며 "시간이 참 빠르게 갔다"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영원한 이별이 아니다. 상무 가게된다면 2년 간 좋은 활약 이어간 뒤 다시 광주에 돌아와 최선을 다 해 뛸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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