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오승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초라한 성적표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9일 대만에 11대8로 승리하면서 1승2패로 WBC를 마쳤다. 이스라엘과 연장 접전 끝에 1대2로 지고, 네덜란드에도 0대5로 완패했던 대표팀은 2라운드 탈락은 이미 확정됐지만, 마지막 경기 승리를 위해 김인식 감독은 투수 전원 대기를 선언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김 감독은 "컨디션이 안되는 투수들을 제외하고 모두 준비한다"고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연습경기에서 페이스가 좋지 않았던 이대은은 결국 대만전까지 등판하지 않았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승환이었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제각각이고, 몸이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도 있는 상황에서 메이저리거는 첫 등판부터 위용을 뽐냈다.
연장에서 진 이스라엘전에서 8회 실점 위기 상황에 구원 등판했던 오승환은 1⅓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불을 완벽하게 껐다. 볼넷을 남발하는 제구 실종 불펜진에서 유일하게 컨디션이 좋은 투수였다.
이스라엘전 이후 등판 기회가 없어 이틀간 휴식을 취했던 오승환도 대만전 대기 투수였다. 김인식 감독은 "마지막 리드 상황이나 동점이 되면 오승환을 투입한다"고 예고했고, 9회말에 기회가 왔다.
8-8 동점이던 9회말. 먼저 등판한 투수는 좌완 이현승이었다. 하지만 이현승이 선두타자 쟝즈시엔에게 초구에 우전 2루타를 허용하자 벤치가 다시 움직였다. 오승환이 등판했다. 오승환은 4번타자 린즈셩을 삼진 처리하고, 린이취엔을 고의 4구로 내보냈다. 1사 1,2루. 가오궈훠이를 삼진으로, 천용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종료했다.
오승환이 대만의 마지막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한국 대표팀에도 다시 기회가 왔다. 9회 실점 위기를 넘긴 후 연장 10회 양의지의 1타점 희생플라이와 김태균의 2점 홈런으로 재역전을 일굴 수 있었다.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대상인 선수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냐는 비난이 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택했다. 그는 감독의 기대치대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예선 탈락한 대표팀 성적이 아쉬울 따름이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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