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맛집들은 메뉴판이 복잡하지 않다.
잘 하는 음식 한가지 만으로도 손님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예능 맛집' 들도 마찬가지. 시청자들은 단골 예능의 '케미'를 맛보고 싶어 한다. 가끔 등장하는 게스트는 반갑지만, 게스트 중심이 된다면 단골집을 계속 찾을 이유를 잃는다.
3월 방송을 시작한 tvN 'SNL' 시즌9은 '초심 복귀'을 선언하며 게스트의 '무게감'을 줄였다. 10회까지 진행된 현재 호스트들의 면면은 예년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 '핫'하거나 '큰' 손님을 호스트로 모시기보다 프로그램에 포함된 크루와의 호흡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호스트의 얼굴이 아닌 프로그램을 봐달라는 호소이기도 하다.
아직 시청률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이로써 'SNL'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토록 좋아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있다. '게스트 장사'가 아닌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의 장이 다시 돌아왔다는 평.
변곡점을 맞이한 SBS '런닝맨'도 더 이상 게스트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유재석·지석진·김종국·하하·이광수·송지효 라는 원년멤버에 새로 합류한 전소민·양세찬의 '융합'을 꾀하는 기간이다.
정철민 PD는 게스트가 없어도 8명이 '진국'을 끓여내면 발길을 끊었던 손님이 돌아올것 이라는 자신감에 넘쳐있다. 결과는 '시청률 3배'로 이어졌다. 지난 4월 2%대로 떨어졌던 시청률은 현재 6%까지 올랐다. 실제로 '한류 예능'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런닝맨'의 내리막길에는 '게스트 욕심'이 한몫 했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JTBC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아는 형님'의 최창수 PD도 같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강호동·이수근·이상민·서장훈·김영철·민경훈·김희철로 이어지는 멤버들만으로도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최창수PD는 "프로그램의 특성 상 꼭 게스트를 불러야만 하고, 소중한 분들이지만 그들의 이름 값이나 유명세가 시청률에 직결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과도하게 의존하면 애청자들은 '아는형님'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수PD의 이 말은 '아는형님' 처럼 무조건 게스트를 불러야 하는 MBC '라디오스타'가 10년 동안 증명해 준 것이기도 하다. 톱스타가 출연하기도 하지만, '라스' 출연전에는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이가 게스트로 등장했을 때, 오히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방송 후 더 큰 화제를 얻기도 했다. '게스트가 살리는 예능'이 아닌 '게스트 살리는 예능'은 롱런을 담보한다. 방송 11년을 훌쩍 넘긴 MBC '무한도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청자들은 박보검이나 이효리와 같은 게스트를 '좋아'하지만, 맨땅에 던져놓아도 1시간을 웃겨주던 '무한도전' 멤버들은 '사랑'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 제작진은 "대형 게스트는 대게의 경우 '우리만의 손님'이 아니다. 우리 방송에 출연하지만, 곧 다른 방송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어느새 애청자들은 떠나고 만다"고 말했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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