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1.5m 파 퍼팅이 남았다. 그린에 선 고진영(22·하이트진로)이 라인을 살폈다. 브레이크가 심한 훅 브레이크였다. 방심할 수 없는 어중간한 거리. 떨어뜨리면 우승이었다. '공이 퍼터 안쪽에 있는데 가운데 스위트 스팟에 맞히라'는 친구인 동료 최이진의 조언이 떠올랐다. 집중한 터치, 조심스레 그린 위를 구른 공은 홀컵을 살짝 돌더니 툭 떨어졌다.
고진영이 2년 연속 BMW대회에서 우승하며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KLPGA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디펜딩으로 출전한 고진영은 17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파71·6512야드)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하며 허윤경(11언더파, 273타)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1라운드를 공동 21위로 출발한 고진영은 2라운드 9위, 3라운드 2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후 마지막 라운드에서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승부는 파3 16번홀에서 갈렸다. 허윤경에게 턱밑 추격을 당하던 고진영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그린에 올렸으나 남은 거리는 4m. 이 애매한 거리의 파 퍼트를 고진영은 놓치지 않고 세이브에 성공했다. 경기 후 "벙커 상태가 안좋았는데, 어떻게넣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순간이었다. 반면,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으며 맹추격하던 허윤경은 이 16번 홀에서 통한의 보기로 희비가 엇갈렸다.
고진영은 박성현, 유소연 등이 출전중인 에비앙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위해 포기했다. 디펜딩 챔피언 다운 결정이었고, 그 선택은 우승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민은 1%도 안했다. 우승했던 대회였고, 또 우승하고픈 욕심이 났던 대회라 망설임 없이 나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달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에 이은 올 시즌 2번째 우승이자 통산 9번째 우승. 상금 3억원으로 상금 순위가 6위에서 단숨에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부상으로 BMW X6 승용차도 얻었다. 2년 연속 BMW를 가지게 된 그는 아버지의 기부 권유에 "X6는 너무 탐나는 차다. 가족과 상의하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올 시즌 KLPGA 다승자는 김지현, 이정은(이상 3승), 김해림, 아마추어 최혜진, 오지현(이상 2승)까지 모두 6명으로 늘었다.
한편, 3라운드까지 1위를 달리며 시즌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던 이승현은 15번 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3위로 대회를 마감했고 박유나가 9언더파로 단독 4위를 기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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