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 휩싸이면 '헐크'로 변하는 브루스 배너 박사처럼, 두산 베어스 주전포수 양의지도 특정 조건에서는 '거포'로 변신한다. 양의지의 '홈런 본능'을 발동시키는 특정 조건은 두 가지다. '포스트시즌' 그리고 'NC 다이노스 전'이다.
사실 양의지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는 아니다. 장타력을 지닌 좋은 타자지만, 홈런을 펑펑 쳐내는 유형은 아니다. 올해까지 9시즌 동안 102개의 홈런을 쳤다. 20홈런 이상을 친 것은 세 시즌(2010, 2015, 2016) 뿐이고, 올해는 14홈런에 그쳤다.
그런데 양의지의 홈런 본능이 유난히 빛을 발할 때가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선행 조건, '포스트시즌' 그리고 'NC전'이 충족될 경우다. 이때만큼은 '홈런 타자'가 된다. 양의지가 포스트시즌에서 친 모든 홈런이 이 조건 아래 탄생했다.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그렇게 만들어낸 홈런이 3개다.
양의지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6번-포수로 선발 출전해 0-0으로 맞선 2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장현식이 던진 초구 패스트볼(150㎞)을 통타해 담장 밖으로 날렸다. 양의지의 포스트시즌 통산 세 번째 홈런이었다.
흥미롭게도 기록을 살펴보니 양의지가 앞서 기록한 2개의 홈런도 모두 NC전에서 때렸다. 양의지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은 2015년 10월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나왔다. 0-2로 뒤진 4회초 2사후 NC 선발 스튜어트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 홈런을 날렸다. 두산은 양의지의 홈런을 발판 삼아 6대4로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이듬해인 2016년 11월 2일 한국시리즈 4차전. 역시 NC를 상대로 포스트시즌 홈런을 두번째 홈런을 날렸다. 0-0이던 2회초 1사후 NC 선발 스튜어트를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날린 것. 두산이 8대1로 이겨 이 홈런이 결승타가 됐다.
양의지가 이렇게 '포스트시즌 NC전'에서 홈런 본능을 과시하는 이유는 뭘까. 본인 역시 딱히 답을 모른다고 한다. 다만, 큰 경기의 중요한 순간에 남보다 더 강한 집중력을 보여주기 것이다. 특히나 이런 집중력은 위기에 빛을 발할 수 있다. 두산은 17일 플레이오프 1차전을 내줬다. 이번에야 말로 양의지의 '홈런 본능'이 반드시 다시 피어나야 할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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