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독도가 들어간 대목이 빠진 아리랑에 연기하게 됐다.
9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민유라-겜린이 '독도'가 포함된 가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직위는 법무담당관실의 법률검토를 통해 이 가사가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의견을 다시 IOC가 승인해 조직위에 통보함에 따라, 민유라-겜린은 해당 부분이 삭제된 '아리랑'을 평창올림픽 배경음악으로 선보이게 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이후 아이스댄스 종목으로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낸 민유라-겜린은 정작 엉뚱한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독도'라는 단어가 들어간 가사 한 구절 때문이다. 민유라-겜린은 프리댄스 프로그램으로 '아리랑'을 택했다. "올림픽을 맞아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전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의 반대에도 선정한 곡이다. '외국 심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민유라-겜린은 꿋꿋했다. 지난해 9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년 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쳤고, 종합 4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 냈다. 민유라는 눈물까지 흘렸다.
마침내 맞이한 꿈의 무대.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펼쳐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민유라-겜린 조가 쓰는 '아리랑' 가사에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구절이 있다"며 "자칫 올림픽 때 '독도'라는 단어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따라 ISU에 문의했다. ISU의 결과가 나오면 대한체육회를 통해 IOC에 문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유라-겜린 조는 일단 가사 없이 음악만 있는 음원을 제출했다. ISU의 결정에 따라 독도 가사가 포함된 음악을 사용할지 여부를 준비하고 있다.
때아닌 '독도 논란'이 이들의 발목을 잡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한반도기 독도 표시가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르며 상황이 바뀌었다.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IOC의 권고와 전례 등을 고려해 평창올림픽에서 사용하는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남북 단일팀 단복에 독도가 그려진 한반도기 패치가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 역시 '유감'의 뜻을 밝히며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위기에 놓였다. 이 불똥이 결국 민유라-겜린에게 튀었다.
결국 최종 결정권을 가진 IOC가 조직위의 의견을 물어 이 가사를 올림픽에서 틀지 않기로 결정했다. 연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민유라-겜린은 이미 해당 부분의 가사를 삭제한 음악을 제출해 연습에서 사용하고 있다. 민유라는 "우선 쇼트를 통과해야 프리에 나설 수 있다. 쇼트만 생각하고 있다. 또 '독도' 문제로 곡 수정이 되더라도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큰 지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삭제 버전으로 그들이 꾼 온전한 꿈을 이루지는 못하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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