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오승환이 텍사스 레인저스를 선택한 것은 마무리 보직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가 마땅치 않은 텍사스는 오승환을 영입해 스프링캠프서 경쟁 과정을 지켜본 뒤 불펜 보직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텍사스는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실시한 메디컬 테스트에서 오른쪽 팔꿈치에 염증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당초 계약 조건을 취소하고 재협상에 나섰다고 한다. 세 차례에 걸쳐 계약 조건을 수정 제시했는데, 오승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에이전트측은 텍사스가 제시한 조건들을 거절하고 새 팀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팔꿈치를 비롯해 건강에 관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계약은 물론 마무리 보직을 제시하는 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 해석이 구단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오승환이 갖고 있는 염증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이고, 그것이 실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 에이전트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간은 오승환에게 유리하지 않다.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미 스프링캠프를 시작했고, 투수들의 보직도 어느 정도 확정했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바라는 조건을 들어줄 팀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쪽은 선수다. 최악의 경우 스플릿 계약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다.
CBS스포츠는 이에 대해 '오승환은 팔꿈치 염증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 뒤 관심있는 팀과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만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가 어느 팀과 계약을 하더라도 마무리 보직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7일 텍사스와 오승환이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LA 다저스도 최종 오퍼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저스는 켄리 잰슨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있다. 만약 오승환을 영입하려 한다면 우선은 중간계투, 나아가 보험용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오승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구단들 대부분의 생각이 그렇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FA 시장이 사실상 막을 내린 가운데 아직 마무리 후보군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 구단이 있다면 분명 오승환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오승환은 지난 14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LG 트윈스 캠프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피닉스 시내의 한 대학 야구장에서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승환은 훈련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일부 구단 관계자들이 오승환의 훈련 과정을 체크하고 있다. 다저스와 텍사스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오승환은 지난 2년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평균자책점 4.10으로 불안했지만, 메이저리그 불펜투수로서 여전히 활용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과연 메이저리그 계약과 그럴듯한 보직을 제시할 팀이 나타날 수 있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