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다니고 싶었어요."
'감귤타카의 엔진' 권순형(제주)의 고백이었다. 시즌 초반 제주는 위기였다. 순위는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K리그팀으로는 유일하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제주 특유의 패싱게임이 사라졌다. 중원부터 아기자기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런 제주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권순형이 부활하고 부터였다. 제주(승점 17·13골)는 포항과의 9라운드(1대0 승)에 이어 대구와의 10라운드(4대1 승)까지 잡으며 3위 경남(승점 17·17골)에 다득점에서 밀린 4위까지 뛰어올랐다. 포항전에서 트레이드마크인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주도한 권순형은 대구전에서 시즌 1, 2호골을 폭발시켰다. 권순형은 "팀이 올라가고 있는 단계에서 골까지 터져서 좋았다"고 웃었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권순형은 "숨어다니고 싶었다. 선수들에게 힘내자고 이야기는 해야겠는데 내 스스로 컨디션도 별로고, 경기력도 좋지 않으니까 미안했다"고 했다. 프로 입성 후 첫번째로 단 주장 완장의 무게감이 상당했다. 그는 "그동안 주장 완장을 찼던 (오)반석이의 고충을 느끼게 됐다. 힘들었겠구나 싶었다"며 "확실히 주장이 주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했다.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작년 후반기부터 족저근막염을 앓았다. 자꾸 안 아픈 쪽으로 딛고 차려고 하다보니 신체 밸런스가 깨졌다"고 설명했다.
힘든 순간을 이겨낸 것은 조성환 감독의 한마디였다. 권순형은 "'누가 권순형의 폼이 떨어졌다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안한다'고 해주셨다.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권순형도 다가오는 경기에만 집중했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통증도 사라졌다. 몸도, 마음도 편해지니 자연스럽게 경기력도 살아났다.
권순형은 올 시즌을 앞두고 꿈을 꿨다. 그는 "2012년에 제주에 왔다. 개인적으로는 제주 유니폼을 입고 우승컵을 드는게 꿈"이라고 했다. 주장 완장을 찬만큼 더 뜻깊은 우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권순형은 제주의 올 시즌은 '지금부터' 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시즌 전 주위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우리 스스로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개막하고 부진한 면이 있었다. 사실 제주가 항상 시즌 초에 좋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그간 겪지 못했던 것을 겪다보니 더 흔들렸던 것이 있다"며 "하지만 이제 자신감을 찾았다. 작년의 끈끈함도 살아났다. 시즌 초 어려웠던 순간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나나, 선수들 모두 나사를 조이게 된다"고 했다.
한편, 권순형은 K리그1 10라운드 최고의 별로 선정됐다. 베스트11은 이동국(전북) 진성욱(제주)이 투톱에, 권순형을 비롯해 문선민(인천) 리차드(울산) 이승기(전북)이 최고의 미드필더로 선정됐다. 수비진에는 박진포(제주) 박지수(경남) 양준아(전남) 심상민(서울)이 이름을 올렸고, 최고의 골키퍼에는 강현무(포항)가 뽑혔다. 10라운드 베스트팀은 제주였고, 베스트매치는 인천-경남전이었다.
K리그2 9라운드 MVP에는 성남의 문상윤이 선정됐다. 문상윤은 28일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과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문상윤을 비롯해 나상호 정영총 안영규(이상 광주) 박인혁 박재우(이상 대전) 조재완 안지호(이상 이랜드) 포프 김준엽 최철원(이상 부천)이 K리그2 9라운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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