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가 남북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트게 될까.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스포츠 교류 얘기가 나오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평(서울과 평양)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경평 축구는 남북 스포츠 교류의 오랜 상징과도 유서깊은 정기 교류전이다. 하지만 미국 남자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할 정도의 '열혈 농구팬'인 김 위원장은 축구보다는 농구에 더 관심이 있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계 최장신 리명훈 선수(2m35)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 농구가 강했는데, 은퇴한 뒤 약해졌다. 이제는 남한(한국)의 상대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농구가 남북 스포츠 교류에 다리를 놓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농구계는 반기고 있다.
방 열 대한농구협회장은 1일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경평 축구만큼이나 경평 농구 교류도 역사가 깊다. 이미 1930년대에 꾸준히 평양과 서울이 교류를 했다. 1946년을 끝으로 맥이 끊겼다. 농구계를 넘어 민족 화합 차원에서도 뜻깊은 일이다. 여건만 갖춰지면 기꺼이 팀을 꾸려 방문하고, 또 초청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전 사례도 있다. 1999년과 2003년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방북과 관련해 남북 통일농구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방 회장은 "현재 추진중인 남북한 농구 교류는 크게 세 가지다. 경평 농구 정기 교류전 부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그리고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아시아 퍼시픽 대학챌린지 대회(8월 초 개최)에 북한팀을 초청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단일팀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 대한체육회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고, 북한 선수들의 기량 확인 등이 필요한 작업이다. 경평 농구 교류전은 양국 정부에서 여건을 마련한다면 성사는 어렵지 않다. 아시아 퍼시픽 대학챌린지 대회는 매년 북한팀 초청을 희망해 왔다. 올해도 통일부에 초청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국제농구연맹에 협조공문도 보내둔 상태지만 성사 여부는 알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남북 농구 단일팀 문제는 넘어야할 산이 있다. 방 회장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문이 내려왔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을 원하는 종목을 조사하는 차원이었다. 아마 산하 56개 단체에 다 보냈을 것이다. 우리(농구)는 찬성했다"며 "여자농구는 작년에 북한 농구를 봤는데 2~3명 정도는 기량이 좋은 선수가 있다. 남자의 경우 북한 선수들을 전혀 모른다. 선수층도 두텁지 않다. 하지만 리명훈 같은 장신 선수도 있었고, '북한의 마이클 조던'이라 불렸던 박천종 같은 선수도 있었다. 한명이라도 좋은 선수가 있다면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같은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해선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처럼, OCA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방 회장의 생각이다.
방 회장은 "북한 농구협회 관계자들을 많이 안다. 예전에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장 웅 북한 IOC위원장도 농구 선수출신이다. 농구가 민족화합에 도움이 된다면 그야말로 영광이다. 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구 활성화에도 남북교류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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